먹는 약 대신 ‘디지털 치료제’로 병 고친다… 상용화 임박
식약처, SW 10건 임상계획 승인
美, 약물중독치료 ‘리셋’ 첫 허가
먹는 약을 대체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다.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새로운 치료제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 시장은 들썩인다. 한국도 디지털 치료제 등장이 임박했다. 현재까지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증상을 듣고 수면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먹는 약 외에 ‘디지털 치료제’ 사용을 권할 수도 있게 된다. 불면증 환자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이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로는 최초로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안전의약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불면증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인 웰트의 ‘필로우Rx’와 에임메드의 ‘솜즈’는 의료기기 허가에 가장 중요한 기술문서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스프트웨어는 조만간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두 제품은 모두 의사가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지행동 치료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다. 필로우Rx는 환자가 작성한 수면 일기를 바탕으로 맞춤형 취침시간을 제시하고, 수면제한 등의 인지행동치료를 모바일로 제공한다.
솜즈 역시 수면 일기를 기반으로 수면습관 교육, 자극 조절요법 등을 자동 지원한다.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도 지난달 15일 통합심사 제도를 거쳐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는 일상에서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디지털 생체신호를 수집한 뒤, AI가 이를 분석해 자동으로 수면데이터를 측정한다. 일조량, 걸음 수, 운동시간 등 스마트폰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에 접근해 진료실에서 의사가 볼 수 없었던 영역을 살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약 교체나 생활 패턴에 대한 조언을 한다.
식약처는 2019년부터 디지털 치료제로 쓰일 소프트웨어 10여건을 대상으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시야장애 개선용 소프트웨어, 시각훈련 소프트웨어, 호흡재활 소프트웨어, 재활치료 소프트웨어, 알코올 중독 개선 소프트웨어, 니코틴 중독 개선 소프트웨어, 우울증 치료 소프트웨어, 불안장애 치료 소프트웨어 등이다.
해외에서 디지털 치료제 사용은 활발하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의 페어테라퓨틱스에서 약물중독 치료를 위해 개발한 ‘리셋(reSET)’이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치료 용도로 첫 판매 허가를 받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인지행동 치료용으로 채팅과 게임 등으로 구성된 앱이다. 일본 큐어앱(CureApp)에서 개발한 금연 치료 앱은 유효성을 인정받아 2020년 공공보험에 등재됐다. 1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해당 앱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스타트업 빅헬스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리피오(Sleepio)’를 수면제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권고하고있다. 슬리피오 사용으로 수면제 처방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는 2021년 34억 달러(3조 9474억원)에서 2026년 131억 달러(15조 2091억원)로 연평균 31.4%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742만 달러(620억원)에서 2027년 2억 437만달러(2700억원)로 연평균 23.2%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 등에 따라 디지털 치료제의 사용률 편차가 크다는 단점을 노출한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등재 등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리셋은 실제 사용률이 51%에 그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순응도가 큰 과제”라면서 “한국은 여러 기준을 만드는 단계인데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디지털 치료제 (Digital therapeutics)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게임·가상현실(VR)·인공지능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강주화 조효석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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