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실천한 뒤 느끼는 기쁨… 하나님의 은혜 같아요”
지난해 10월 출간된 ‘나눔에 생명이 있다’(두란노)는 국민일보와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세아기) 캠페인을 공동으로 벌이는 ㈔월드휴먼브리지가 기획한 작품이다. 김병삼(만나교회) 김종원(경산중앙교회) 안광복(상당교회) 임용택(안양감리교회) 지성업(대전산성교회) 목사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내가 거둔 수확물에는 이웃의 몫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책에 실린 다음과 같은 대목은 크리스천에게 무거운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일 듯하다.
“우리가 누리는 물질의 복은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시험이기도 하다. 물질이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기억하는, 이웃을 섬기고 베푸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은혜의 통로로써 이웃과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기 위해 주신 물질을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아직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는 것이다. 구원받은 삶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세아기 캠페인이 세상에 전파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민일보와 월드휴먼브리지는 이 캠페인을 통해 크리스천의 자선 문화를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고, 장년층에게 나눔이 선사하는 새로운 삶을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 상속 갈등의 해법이 기부에 있을 수도 있음을 알리는 것도 이 캠페인의 취지였다. 국내 기부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던 유산 기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전인미답의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도 있다.
국민일보가 월드휴먼브리지와 세아기 캠페인을 본격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당시 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이기도 한 김병삼 목사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일보에 이 프로젝트를 함께 벌여보자고 제안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한 달 뒤 유산 기부 센터인 브리지소사이어티를 발족시켰고, 국민일보는 이 기구와 함께 캠페인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아기 캠페인을 다룬 연재물이 국민일보 지면에 소개된 것은 지난해 6월 9일부터였다. 거의 격주로 실린 연재물을 통해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은 한국 기부 문화의 현주소를 소개하면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가족 해체의 도화선이 되는 현실을 짚었다. 나눔이 갖는 성서적 의미를 분석했고 기부를 가로막는 장벽들이 무엇인지도 살폈다. 캠페인에 동참한 유명 목회자들의 조언과 당부를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보다 더 관심을 끈 내용은 나눔의 뜻을 실천한 기부자들의 이야기였다. 평생 쌓은 물질 일부를 세상에 흘려보내는 것을 결단한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 철학과 나눔을 실천한 뒤 느낀 보람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저는 재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한종국 로뎀교회 집사), “참 신기한 게 많은 걸 나눴는데 제가 가진 뭔가가 줄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정승아 만나교회 권사), “재산이 더 많았더라면 내놓을 게 더 많았을 텐데 아쉬워요”(김애란 대전산성교회 권사), “나눔을 실천한 뒤 느끼는 기쁨, 그게 곧 하나님의 은혜 같아요”(이응도 만나교회 장로)….
김병삼 목사는 지난해 10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남들이 전부 안 된다고 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가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인 중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 부모가 살아있을 때 유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도 공고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유산 기부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기준 26.7%에 그쳤다. 세아기 캠페인은 “남들이 전부 안 된다고 하는 일”, 즉 성공이 불투명한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었다.
김진섭 월드휴먼브리지 사무총장은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세아기 캠페인은 장거리 경주와 비슷하다”며 “이 캠페인은 일부 단체나 교회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드는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캠페인의 ‘시즌 2’에 해당하는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 시작될 시리즈에선 해외 유산 기부 운동의 현황과 기부 문화 개선을 위한 각종 대안이 소개된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교계 지도자들의 메시지와 기부자들의 사연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세미나와 포럼 등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한국교회 자선 역량 성숙 모형 및 측정 도구 개발 연구’에도 착수한다.
월드휴먼브리지 관계자는 “연구의 목적은 한국교회 자선 문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평가하면서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며 “전국 교회를 방문해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브리지소사이어티 선데이’ 행사도 꾸준히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재현 우정민 PD
특별취재팀=박지훈 최경식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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