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왜 다시 수학교육인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이 세운 아카데미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 안에 들어오지 말라’고 써 붙였다. ‘철인정치’를 표방한 플라톤은 대표작 『국가』에서 “지도자가 될 철학자라면 30세까지 기초수학과 고급수학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도덕을 포함한 모든 교육의 근본이 수학이라 할 만큼 수학을 중시했다. 플라톤 외에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대부분 수학자였다. 탈레스·피타고라스·아리스토텔레스 등은 기하학·천문학·산술학의 대가였다. 당시 철학자들은 수학의 엄밀한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고 사상을 설계했다.
이후 15세기 르네상스와 대항해 시대,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수학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때의 수학은 사상 정립이나 지도자 양성이 아닌 상업·무역 발전, 신대륙 발견을 위한 항로 개척, 식민지 개척과 시장 확보 등에 사용되면서 산업과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자 수학의 중요성은 경제·산업 물론 안보로까지 확장됐다. 수학에 기반한 블록체인·양자기술 등은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군사적으로 활용되며 각국의 필수 전략기술이 됐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일본·러시아·중국 등이 뛰어난 수학자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지난 4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신년사에서 ‘수학 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정치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학생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가 모든 직업의 기반이 되는 시대에, 수학 실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한다면 곧바로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학은 지도자·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하단 얘기다.
한국 교육부는 최근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고교 수학 교과서엔 2018년 개정안 때 빠졌던 행렬·공간벡터·모비율의 추정 등이 다시 추가됐다. 인공지능의 두뇌인 알고리즘 작성, 빅데이터 처리에 가장 중요한 분과다. 다만 수업 시수는 그대로다. 현장에선 벌써 ‘겉핥기 수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제 수포자(수학 포기자)는 문맹 취급을 받게 될 거란 얘기도 있다. 수학 수업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박형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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