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尹, 나경원 애정 커…사의 수용할 뜻 전혀 없다"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1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며 “비 온 뒤 땅이 굳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 문제 해결 의지가 큰 윤 대통령 입장에선 나 전 의원에게 중책을 맡긴 만큼 더 이상 마찰 없이 임무 수행을 해주길 원한다는 뜻이다.
전날까지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들은 바 없다”던 대통령실은 이날 앞서 사의 표명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모든 인사 절차는 사직서를 본인이 제출하면 인사혁신처를 통해 (사직서가) 오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이 전날 문자메시지와 유선전화를 통해 사의를 밝혔어도 정식 사직서가 제출되지 않았으니 수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였다.
나 전 의원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는 윤 대통령 의중에 대한 여권의 해석은 분분하다.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워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당 지도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압박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아직 사의 표명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지 않은 건 일단 기다려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며 “나 전 의원을 잡아주는 장면을 연출해 나 전 의원의 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직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탓인지 나 전 의원은 한층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칠 때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반복했다.
본행사에서 당권 주자 중 김기현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절대 화합”이란 건배사를 외쳤다.
앞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등 나 전 의원은 이날 종일 자신의 출마 고민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연결지었다.
그러자 당내에선 “비윤계와 거리를 두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말한 게 특이점”(친윤계 핵심 의원)이란 말이 나왔다. 이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친윤계 채널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의 톤이 조금 달라졌다”며 “이전까진 출마 의지가 강했다면 다소 중립 기어를 올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아직 기후환경대사직 사의는 표명하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호도 1위를 유지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30.7%로 가장 높았다. 김기현 의원은 18.8%로 올라섰고, 뒤이어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 황교안 전 대표(5.3%), 윤상현 의원(2.4%), 조경태 의원(1.9%) 등의 순이었다. 이 조사는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이 갈등하기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실시됐다.
현일훈·윤지원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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