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그린 데탕트, 워터 데탕트
북한과 마주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형태의 북한 도발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남북은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도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나 다른 형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처음 북한의 미사일이 NLL(북방한계선)을 넘던 지난해 11월 2일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급히 대피에 필요한 짐을 싸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공습경보가 내려진 울릉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경기도 연천군 중부전선 민통선 내 횡산리 마을 27가구 50여 명은 이날 마을 입구 지하 민방공 대피소로 긴급 대피할 채비를 마치고 여러 시간 마음을 졸였다. 이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지난해 12월 26일에는 북한 무인기가 접경지역과 수도 서울까지 침투하다 보니 좌불안석이다.
최근에도 남북의 대치 강도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9·19 합의 파기 검토 가능성을 천명했고, 2m 미만의 소형 무인기 요격을 위한 훈련과 첨단 장비 확충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연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도 늘 걱정거리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10여년 전 조성한 총저수량 3억5000만t 규모의 대형댐인 황강댐에서는 매년 예고 없는 방류를 이어오고 있다. 황강댐과 우리 측 대응 댐인 연천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 총저수량 7100만t) 간 거리는 57㎞로 가깝다. 군사분계선 북쪽 42.3㎞ 거리에 있는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3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연천·파주 지역 피해가 커진다. 황강댐은 군남댐보다 5배 규모가 크다. 군남댐이 황강댐의 방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학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그린 데탕트(green detente·녹색 화해협력)’의 하나로 남북 공유하천 협력을 통한 ‘워터 데탕트’ 실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진대 장석환 교수는 공유하천 협력에 따른 편익을 남북이 각각 보상해주는 상호 호혜형식의 대북협력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린 데탕트는 남북한이 각자 겪고 있는 환경·경제 문제에서 협력해 지속가능한 한반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평화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전략이다. 워터 데탕트는 긴장 일변도로 흐르는 남북 경색 국면을 풀어가고 남북이 협력의 장으로 나가는 물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익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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