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2만 증가, 올해는 8만명대 예측…‘일자리 한파’ 경보
지난해 한국의 일자리 지표가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한 취업자 수 증가 폭이나 고용률 모두 2000년대 이후 가장 좋았다. 그런데도 고용 호조세를 체감하기 어려웠던 건 전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커서다. 경기 침체에 접어든 올해는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룬다.
11일 통계청 ‘2022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08만9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1만6000명 증가했다.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1%였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일상 회복에 따라 외부 활동이 늘었고, 수출과 돌봄 수요 증가로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00만명을 웃돌았지만 3월 83만1000명으로 줄더니 하락세를 탔다. 6월(84만1000명)부터 12월(50만9000명)까지 7개월째 증가 폭이 꾸준히 줄었다.
특히 고용의 ‘양’은 회복했지만,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증가한 취업자 수 중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가 45만2000명(55%)을 차지했다. 이어 50대(19만6000명), 20대(11만2000명), 30대(4만6000명), 40대(3000명) 순이었다. 노인 일자리는 나랏돈을 들여 만든 단기·공공 일자리가 많다. 2021년 1월부터 꾸준히 늘어난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수는 195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49만9000명(-2.5%) 줄었다. 반면,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 수는 802만8000명으로 같은 기간 132만2000명(19.7%) 늘었다. ‘주 36시간’ 근로자는 전일제·시간제 근무를 가르는 기준이다. 결국 급여가 적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단기 근로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지표는 경기 흐름에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경기 ‘후행지표’”라며 “지난해엔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가 뛰는데도 일자리만 ‘풍년’인 이른바 ‘성장 없는 고용’ 추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분의 절반가량은 코로나19 방역 대책 때문에 문을 닫았던 음식점·숙박업 등이 영업을 재개한 덕분이다. 지난해 좋았던 고용지표가 올해는 역(逆) 기저효과로 나타난다. 잠시 반짝한 소비도 고물가·고금리 추세에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취업자와 관련 있는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마이너스다. 올해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한파를 우려하는 이유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노동연구원 등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8만~9만명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22만명) 이후 최소 증가 폭이다. 황인웅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기저 효과, 경기 둔화, 인구 영향 등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에서 벗어나 장기 추세로 복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기 둔화 요인이 줄줄인데 고용 시장마저 얼어붙어 ‘성장도, 고용도 없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며 “특히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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