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침체 위험 크다” 경고, 글로벌 성장률 전망 3.0→1.7% 내려
세계은행(WB)이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대에서 1%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 인상이라는,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WB는 10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3.0%)에서 1.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30년 중에 가장 낮은 성장 폭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WB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에 따른 고금리 ▶전 세계적인 투자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중첩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확산과 불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WB는 지난해 고강도 통화 긴축을 단행한 미국(2.4%→0.5%)과 유로화 지역(1.9%→0.0%)에 대해 경제 성장률을 각각 1.9%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작년 2.7%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4.3% 성장률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과 외부 수요 약화를 반영해 작년 6월보다는 0.9%포인트 낮췄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선진국들이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면서 신흥·개도국은 막대한 채무 부담과 투자 위축을 겪으며 수년간 저성장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Fed는 긴축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목표치(2%)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스웨덴 은행 주최 포럼에서 “물가 안정은 건전한 경제의 기반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중에게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을 제공한다”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장은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전년 대비 6.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1월(7.1%)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둔화한 수치다. 만일 전망치보다 더 큰 폭의 둔화세가 나온다면 1월 31일~2월 1일 열리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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