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인건비 비싼 실리콘밸리에 연구소…인재 확보 위한 투자”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쓴 남성이 자신의 주방을 보면서 “가장 소음이 적은 식기세척기를 지금 내 주방에 놓아줘”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가상의 식기세척기가 나타났다. 이어 “내부를 보여줘”라고 말하니 눈앞에 투명하게 내부 구조를 드러냈다.
이 남성이 “위에 있는 회색 선반은 뭐야?” 같은 질문을 하면 AR 글래스는 제품의 상세 정보를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좋아. 장바구니에 넣어줘”라고 하자 장바구니에 추가된 상품을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해 주문을 완료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이곳에서는 시각자료를 기반으로 한 비주얼 자연어 이해(NLU) 기술 연구가 한창이었다. 노원일 SRA 연구소장은 “이 같은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AI)은 TV·모바일·가전제품 등 거의 전 제품 어디에서나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8년에 문을 연 SRA는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하드웨어와 PC 중심의 연구를 하다 소프트웨어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는 차세대 통신과 AI, 로봇,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카메라, SW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2018년 SRAAI 센터를 따로 만들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각 자료에서 사용자가 언급하는 객체를 인식하는 비주얼 NLU, 서버를 거치지 않고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수행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 등도 개발 중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가정용과 기업간거래(B2B)용 청소 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메타버스 구현에 핵심이 되는 확장현실(XR) 기기 연구도 진행 중이다. XR은 AR과VR를 결합한 형태로, XR 헤드셋 등의 모바일 기기 상품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노 소장은 설명했다. 2019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고도화와 6세대(6G) 기술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리서치 아메리카 바로 앞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소가 있고, 그 양옆으로는 아마존·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기업이 위치한다. 이곳은 최근 불경기 여파로 ‘L의 공포(Lay-off)’가 불어닥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주요 기술기업 중 메타에서는 1만1000명, 아마존 1만 명, 시스코 4100명, 트위터 3700명 감원을 진행했다. 이러한 미국 빅테크 감원이 SRA에 준 영향에 대해 노 소장은 “고용 측면에서는 (우수 인재 유치 환경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인재들을 뽑고 있고 인위적인 감원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여전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AI 인재 등 핵심분야 인재 쟁탈전은 치열하다”고 했다. SRA가 땅값과 인건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유도 바로 ‘인재 확보’ 때문이라고 노 소장은 말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한 SRA의 장점으로는 “선행 연구를 하면서 상품 개발까지 모두 하는 조직이다. 단순한 연구만 하는 것보다 연구 성과를 상품 적용까지 원하는 인재들의 니즈를 만족하게 하는 연구소”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 접점 제일 끝에 있는 디바이스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이 삼성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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