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은 2달 뒤…” 구독자 애태우는 ‘OTT 쪼개기’

남수현 2023. 1.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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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주요 OTT들이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전체 분량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중간에 공백기를 두는 방식으로 공개된다. 사진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사진 넷플릭스]

“요즘 같은 시대에 일주일에 1개가 말이 되나. 디즈니 감 없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와 관련해 자주 보이는 시청자 댓글이다.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대세’ 손석구의 새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카지노’는 지난달 21일 1~3회가 공개된 뒤로는 일주일에 한 회씩 업로드된다. 시청자로선 감질날 수밖에 없다.

‘카지노’만이 아니다. 연말연시 야심작을 내놓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데, 시청자 반응도 엇갈린다. 지난해 오리지널 시리즈들을 모두 매주 1~2화씩 공개했던 디즈니+는 ‘카지노’의 경우 주 1화 공개에 더해 전체 16부작을 8부작씩, 두 시즌으로 나눠 공개하는 전략까지 더했다. 이달 25일 시즌1이 완료되면, 휴지기를 거쳐 다음 달에 시즌2를 공개한다.

지난 연말 주요 OTT들이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전체 분량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중간에 공백기를 두는 방식으로 공개된다. 사진은 디즈니+ ‘카지노’. [사진 디즈니+]

김남길·차은우·이다희가 출연한 판타지 액션 드라마 ‘아일랜드’를 내놓은 티빙도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총 12부작을 6부작씩(매주 2화 공개) 두 파트로 나누고, 그사이에 1~2개월 간격을 둔다는 방침이다. 13일 파트1이 끝나면, 몇 주간 기다려야 파트2를 만날 수 있다.

서비스 초기부터 한 시즌을 한꺼번에 공개했던 넷플릭스도 송혜교 주연의 화제작 ‘더 글로리’를 파트1·2로 나눠 공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파트1(8부작)이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었는데, 학교 폭력에 시달린 문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에게 막 복수하려던 시점에서 끊겼다. 파트2(8부작)는 3월 중 공개 예정이다. 시청자 사이에선 “3월에 몰아볼 걸, 괜히 일찍 봤다” 등 아우성이 빗발친다.

지난 연말 주요 OTT들이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모두 전체 분량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중간에 공백기를 두는 방식으로 공개된다. 사진은 티빙 ‘아일랜드’. [사진 티빙]

여러 OTT의 ‘쪼개기’ 전략은 전편을 동시 공개하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난 흐름이다. 애초 ‘빈지워칭’(Binge-watching·몰아보기)은 넷플릭스가 기존 TV 채널과 차별화한 전편 공개로 나서면서 보편화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처음 선보인 2013년만 해도 “13개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공개된다”(뉴욕타임스)는 뉴스가 나올 만큼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 방식으로 구독자를 모은 넷플릭스는 10여년간 이를 유지해왔다.

공개 전략 다변화의 배경은 경쟁이 치열해진 OTT 시장 구도다. 월 단위로 구독이 갱신되는 OTT 특성상, 화제작을 나눠 공개하면 구독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락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OTT가 낯설 때는 사람들을 일단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전편 공개가 유효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구독자 이탈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자크’(시즌4), ‘종이의 집’(시즌5) 등 해외 오리지널 시리즈도 한 시즌을 둘로 쪼개 공개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는 지난해 9월 “디즈니+ 등 경쟁사들이 공개 기간을 늘림으로써 이익을 보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도 전편 공개 방식의 단점을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OTT들은 ‘쪼개기’ 전략이 “온전히 작품 흐름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더 글로리’ 파트2를 3월에 공개하는 데 대해 “창작자 의도를 존중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파트2 공개 이후 창작자들이 직접 이야기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관계자도 “작품의 스토리와 장르를 고려해 공개 방식을 정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 시청자 재미를 위한 선택이라지만, 전략의 실제 효과는 작품마다 갈린다. ‘더 글로리’는 파트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파트1의 디테일을 뜯어보며 복선을 분석하는 등 공백기가 작품의 인기를 북돋는 모양새다. 반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파트1이 좋지 않은 평을 받은 탓에 6개월 뒤 공개된 파트2도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초반의 흥행 여부도 모르는 상태로 시즌을 나누는 건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이라며 “시즌 쪼개기가 구독자 유인에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여전히 전편 공개가 훨씬 더 큰 흡입력을 주는 선택지이지만, 이를 지속하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전편 공개 작품을 잇달아 내놓기 어렵다면, 기존 작품이라도 효과적으로 추천해주는 등 콘텐트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능력을 갖춰야 OTT들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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