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자전영화, 골든글로브 2관왕
“모두가 저를 성공 스토리로 바라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용기를 내기 전까지 아무도 우리가 진짜로 누구인지 모릅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튼에서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일흔여섯 노장 감독의 목소리가 벅차올랐다.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죠스’ 등을 만든 할리우드 대표 흥행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대계 이민 3세인 자신의 유년시절 가족사를 고백한 자전적 영화 ‘더 파벨만스’로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2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은 ‘E.T.’(1982) ‘쉰들러 리스트’(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등에 이어 5번째, 감독상은 3번째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비영어 작품상에 도전했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이민자들의 축제였다. 다인종·다문화와 정치·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수상이 돋보였다. 최다 3관왕에 오른 작품은 영국 감독 마틴 맥도나의 블랙코미디 ‘이니셰린의밴시’.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인 감독이 1923년 아일랜드 남북전쟁을 두 친구의 절교로 그려낸 우화다.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및 콜린 파렐의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받았다. 슈퍼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 2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와칸다 왕국 여왕 안젤라 바셋(64)은 마블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타는 신기록을 세웠다.
말레이시아계 홍콩 스타 양쯔충(楊紫瓊·양자경)은 위기의 멀티버스를 구출하는 미국 차이나타운 세탁소 주인을 연기한 판타지 액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로 배우 경력 40년 만에 처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작년에 예순이 됐는데 여성들은 이 ‘숫자’가 커질수록 기회가 작아진다. 바로 그때 ‘에에올’이란 최고의 선물이 찾아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에에올’에서 양쯔충과 부부 호흡을 맞춘 베트남계 키 호이 콴(51)도 생애 첫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안았다. ‘인디아나존스: 미궁의 사원’(1984) 아역 출연 후 오랜 무명 생활을 버텨온 그는 “뭘 하든 어릴 때 성취를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며 벅찬 소감을 말했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여성 최초 수석 지휘자의 전기영화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남우주연상은 ‘엘비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판박이 연기로 급부상한 신예 오스틴 버틀러가 받았다.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시상식에 꼽혀온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운영진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백인 남성 중심이란 지적과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이며 지난해 영화계의 보이콧을 받는 등 존폐 위기를 겪었다. 올해는 투표 회원의 다양성을 확대하며 쇄신에 나섰다.
올해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겸 배우 제로드 카마이클은 “궁지에 몰린 백인 조직의 흑인 ‘얼굴’로 초청받았다”며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할 때까지 흑인 회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6명의 새로운 흑인 회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 결과에 대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선정이라기보다 문화적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대중 영화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해석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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