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랜선 여행 가능! 늦으면 못 가는 쌀국수 맛집 추천
운동선수를 준비하던 청소년기를 청산하고, 행정학과에 진학한 남준영은 안정적인 공무원을 준비하다 문득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광동 식당에서 중식을 배웠고 한국으로 돌아와 ‘효뜨’를 만들었다.
Q : 베트남 음식점인 ‘효뜨’를 열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 당시에 한국에서 요리 콘텐츠가 인기였어요. 그렇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양식을 했죠. 저는 요리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미슐랭을 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는 제3의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약간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효뜨’를 오픈하던 시점에는 동남아 식당 1세대 격인 ‘포메인’을 거쳐 2세대인 ‘에머이’가 인기를 끌었어요. 저는 나름대로 차세대 동남아 식당을 오픈하자는 생각으로 밥집의 개념을 탈피한 비스트로를 만들고 싶었죠. 베트남 식당에서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Q : 쌀국수와 와인을 페어링한다는 게 흔치 않은 발상인데요?
A : 보통 쌀국수 하면 국물부터 떠올리는데 쌀면을 이용한 요리가 굉장히 다양해요. 와인과 어울리도록 비튼 메뉴들을 만들고자 했어요. 저희 식당이 신용산에 있다 보니까 점심을 드시러 오는 직장인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주류를 곁들일 수 있는 디너 메뉴부터 보이게 만들었죠.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에게 저녁에 술 한잔하러 올 수도 있는 식당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요.
Q : 남준영 대표의 공간들은 음식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A : 사실 ‘효뜨’를 오픈할 때만 해도 돈이 없어 발품 팔아 가구들을 샀죠. 대부분은 국내에서 구한 것도 많아요. 기성품 가구를 사면 이국적인 분위기가 안 나오니까 1970~1980년대에 수제로 만든 가구들을 황학동이나 중고 시장에서 골라 왔죠. 그리고 나머지 집기들은 베트남에서 잔뜩 실어 왔어요. 조명부터 젓가락까지 공간의 무드를 해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서 골랐죠. 그런 디테일을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범죄도시2〉에서도 섭외 요청이 들어왔었나 봐요.그건 굉장한 영광이었죠. 그때 연락 왔던 영화 담당자분이 코로나19 때문에 베트남에서 촬영팀이 철수했는데 전국 어디를 뒤져도 ‘효뜨’만큼 현지 분위기가 나는 곳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Q : 그런데 살짝 애로 사항은 그때 ‘효뜨’가 너무 뜬 상태였잖아요. 그래서 너무 많은 관객이 베트남 현지 식당이 아닌 ‘효뜨’라는 걸 알아챘다는 거죠.
A : (웃음) 맞아요. 실제로 그 장면이 나가고 주변 지인분들에게 연락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범죄도시2〉에서 밥 먹는 식당이 딱 한 군데 나오는데 그게 ‘효뜨’였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영화 미술팀에서 인정을 한 거니까요.
Q : ‘효뜨’ 외에도 운영 중인 식당이 정말 많잖아요? 특히 애착이 가는 곳이 있다면요?
A : ‘효뜨’ 바로 뒤에 만든 ‘남박’이요. 똑같은 베트남 식당인데 제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식당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일단 무거운 ‘웍’을 사용하지 않고요.(웃음) 손님분들이 저희 가게에 오시면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고 셰어해서 드시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것도 좋지만 혼자 한 가지 메뉴를 시켜서 처음, 중간, 마지막 맛을 온전하게 느끼는 경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남박’은 쌀국수 하나에만 집중했어요. 그리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하는 아침 식당이고요. 어떻게 보면 매출을 포기한 거죠. 언젠가 제 브랜드들이 없어지거나 누군가에게 매각하더라도 하나만 지킬 수 있다면 ‘남박’이겠다 싶었어요. 가게 이름도 제 이름 ‘남준영’과 아내 이름 ‘박지은’에서 따와 지었죠.
Q : 요즘 가장 핫한 선술집이죠, ‘키보’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A : 처음 ‘키보’를 위한 공간을 소개받았을 때는 너무 작았어요. 10평이 안 되는 곳이었죠. 그래서 여기에서 뭘 해야 하나, 내가 하는 브랜드들을 묶어서 배달 전문점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죠. 너무 상업적이죠?(웃음) 그러다가 신용산에 몇 없는 이자카야를 생각하게 된 거죠. 퇴근하고 가볍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선술집을 생각했어요. 우리는 모두 근로자고 노동자잖아요? 일 끝나고 집 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할 수 있는 그런 희망적인 술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키보는 기존에 저희와 함께하던 시공팀에 맡긴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에 필요한 금속, 목공, 전기, 수도 등 모든 업자를 직접 섭외하고 감리까지 하면서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공간들을 오픈할 건데 한번 알아두면 좋겠다 생각했죠. 문고리 하나, 조명 하나 모두 직접 만져보고 골랐어요. ‘키보 2’ 화장실에 있는 변기는 일본에서부터 싣고 왔죠.(웃음)
Q : 가장 최근에 오픈한 ‘사랑이뭐길래’는 어떻게 오픈하게 된 건가요?
A : ‘사랑이뭐길래’ 부제가 ‘새드클럽’이에요. 슬픔 치료소라는 의미예요. 우리는 가끔 슬플 때 더 슬픈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아예 털어버리고 싶잖아요? 사랑 때문에 슬픈 청춘들이 이 공간에 와서 절절한 발라드를 들으며 그 아픔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당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 혹은 아지트 같은 술집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오시면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메뉴는 한식에 동남아 소스를 더한 아시안 퓨전 메뉴예요. 솜땀을 도라지로 만든다거나, 한우 떡갈비에 레몬그라스를 곁들인다거나 하는. 모두 와인과 페어링하면 잘 어울리죠.
Q : 최근에 다녀온 공간 중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곳이 있나요?
A : 최근 일본 출장을 세 번이나 다녀왔는데 ‘쓰타야 서점’에서 굉장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점, 레스토랑, 카페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굉장히 새로웠어요. 제 고향이 속초인데 지방이다 보니까 그런 복합 문화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 속초 사람들도 이런 문화를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죠.
Q : F&B 외에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가 봐요.
A : 아시다시피 저희가 오픈하는 공간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에요. 미식과 함께 현지에 와 있는 듯한 경험도 제공하죠. 그래서 저희 회사 이름도 ‘Time To Travel’의 약자인 ‘TTT’고요. 먼 훗날에는 숙박업을 해보고 싶어요. 숙박업은 모든 서비스가 들어가 있잖아요. 설악산 밑에 굉장히 낡은 호텔이나 모텔이 많아요. 그런 곳을 리뉴얼해 ‘TTT’만의 스테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정말 극도의 경험을 선사받을 수 있는 곳이요.
Q : 오너 셰프면서 회사 운영도 하고 있어요. 힘든 순간과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A : 지금은 저희 회사가 한창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기예요. 부족한 인원을 뽑고 팀을 구성하는 과정이 저에게는 늘 어렵게 다가오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힘들고요. 업무가 다 끝난 뒤에야 비로소 혼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오는데 그 시간을 벌기 위해 매일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요. 그리고 오전 10시까지는 되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죠. 그 루틴을 깨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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