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급 이어 경유도 막았다…韓·日만 때리는 中
긴급 입국시 적용하는 '도착 비자'도 중단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에 이어 중국을 경유하는 한·일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를 일부 잠정 중단했다. 외국인이 제3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국을 경유할 경우, 공항 밖으로 나가 중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기존의 제도를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만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별적 조치'에 대한 '대등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유사한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이민관리국은 11일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이날 발표 즉시 시행한다는 설명이다.
◆경유비자 면제 중단, 어떤 영향 있나= 경유비자 면제 제도는 국제노선의 항공기가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경우, 국무원이 비준한 특정 구역 안에서 규정 시간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역시 ‘환승 관광 무비자’라고 부르는 유사한 제도가 있다. 중국은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는 24시간, 72시간, 144시간 경유하는 것을 구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53개 국가에 대해 비자를 면제해왔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비자 면제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은 72시간과 144시간 경유다. 24시간의 경우 여전히 가능하다는 게 중국이민관리국 설명이다. 중국을 경유할 수는 있지만, 공항 밖으로 나와 며칠씩 머물다 가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사례가 많지 않고, 24시간 무비자환승은 열려있어 실제 우리 국민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 소식통과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이민관리국은 또한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현지에 도착해서 발급받는 ‘도착비자’ 발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착 비자는 인도주의적 사유나 긴급한 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도착 이후에 발급받는 비자를 뜻한다.
◆美·유럽엔 침묵…내부 여론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만을 겨냥한 이번 조치에 대해 '대등한 대응'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도 한일과 마찬가지로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를 취했는데 그 나라들에는 왜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중국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근거해 대등한 대응을 했다"라고 답했다.
한국은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뿐 아니라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및 항공편 증편 제한 등의 조처(1월2일~31일)를 한 바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방역 강도가 더 높았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이 입국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글을 온라인상에 게재하고, 국영 언론들도 이를 보도하며 여론이 나빠진 점도 이번 '방역 보복'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해당 글에서 중국인들은 한국에 도착하자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걸어야 했고, 부실한 격리 시설에 머물에 자비로 격리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 방역당국은 브리핑 등을 통해 "평소 중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관광호텔급 이상의 객실을 제공했다"면서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들의 대만 방문 때문에 한국이 가장 먼저 '상응 조치'의 타깃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각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참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중국이 일부 다른 서방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그 강도는 한국에 대해 하는 것보다 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8~31일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조경태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 등은 타이베이를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했다. 대표단에는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이 동행했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중한 관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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