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전산 한때 오류…항공기 4300편 운항 중단·지연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전산시스템 오작동으로 11일(현지시간) 오전 한때 미국 전역 항공편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FAA는 이날 미 전역의 항공기 출발을 11일 오전 9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오후 11시) 까지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FAA의 전산정보 체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미국 내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자 안전을 위해 미국 내 모든 항공기의 출발을 일단 정지시키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FAA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정상적인 항공기 운항이 점진적으로 재개됐고 운항 중단 조치는 해제됐다"며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P와 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조종사들이 이륙 전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 운항정보를 제공하는 ‘노탐(NOTAMS·Notice To Air Missions)’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노탐 시스템은 장거리 국제선의 경우 관련 내용이 200페이지에 달할 수 있다.
AP는 이번 운항 중단 사태로 미국에서 3700편 이상의 항공편의 출발이 지연되고, 640편 이상의 운항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인 항공편은 총 2만 1464대에 달하며 수송 가능 승객 수도 290만 명에 이른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즉각 성명을 내고 “모든 국내선 항공편을 연기했다”며 “FAA로부터 자세한 내용이 들려오는 대로 추가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메리카항공도 성명에서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모든 항공기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운항 차질과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FAA에 협조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텍사스 오스틴-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은 “FAA 먹통(outage)으로 인해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들이 지상 정차해 있다”고 전했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항공 교통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FAA가 이 문제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FAA는 “기술직원들이 시스템을 복구 중”이라며 “일부 기능이 복구됐지만 국가 항공 시스템 운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현재로선 복구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파리 국제공항도 같은 문제로 항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교통부에 항공마비 관련 총체적 조사를 지시했다”며 “항공시스템 중단과 관련해 현재로썬 사이버 공격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하늘길이 막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미국 전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뉴욕·워싱턴 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된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5534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1만 7300편의 운항이 지연됐다.
한편 국내 항공사에는 미 항공편 중단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각 공항 통제소로부터 정상운행을 통보 받았다”며 “예정대로 출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현재는 영향을 받는 항공편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이유정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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