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그랑티그르·샤토미소…설 차례상에 어울리는 한국 와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1. 11. 21: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한국 와인·전통주 베스트 트로피

전통주가 이렇게 주목받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전문 양조 교육을 받은 젊은 창업가들과 유명 셀럽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한층 진화하고 있다. 민족의 명절 설날을 앞두고 관심은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일본 술 정종 대신 차례상에 올려놔도 좋고,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매경이코노미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함께 ‘2023 한국 와인·전통주 베스트 트로피’를 개최했다. 올해는 전국 17개 와이너리에서 45종 와인을, 6개 양조장에서 12개 전통주를 출품했다.

심사는 먼저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80점 이상 와인을 1차 선별하고, 이들을 다시 2차 평가해 점수와 순위를 결정했다. 등급은 그랑골드(91점 이상), 골드(85~90점), 실버(82~84점), 브론즈(80~81점) 등 총 4개로 구분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외관, 향기, 맛, 하모니 등 국제 기준 와인 심사 항목을 준용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개발한 평가지를 사용했다. 심사위원장은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경희대 고황명예교수)이 맡았다. 심사위원은 모두 한국 국가 대표 소믈리에로 구성됐다. 안중민(SPC), 조현철(라빈리커스토어), 송기범(비노에이치), 김주용(주은 레스토랑) 소믈리에가 참여했다.

이번 품평회에는 총 4종의 우리 술이 최고 등급인 ‘그랑골드’를 획득했다. 왼쪽부터 절정, 그랑티그르 S1974, 샤토미소 스위트 로제, 궁예의 눈물. (각 사 제공)
화이트 와인 MVP는 ‘절정’

국산 포도 ‘청수’…풍부한 과일 향

최고 등급인 ‘그랑골드’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전통주 부문에서 각각 1종씩, 총 4종이 선정됐다. 월류원에서 출품한 레드 와인 ‘그랑티그르 S1974’, 264청포도 와이너리의 화이트 와인 ‘절정’, 도란원의 로제 와인 ‘샤토미소 캠벨 스위트 로제’, 그리고 농업법인 술빚는전가네에서 전통주 탁주 부문으로 출품한 ‘궁예의 눈물’이다.

먼저, 화이트 와인 부문에서는 경북 안동에 위치한 264청포도 와이너리가 출품한 ‘절정’이 최고 등급을 받으며 1위를 거머쥐었다. 이번에 출품된 모든 한국 와인과 전통주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산 고유 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든 와인이다. 2022년 수많은 와인 트로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조현철 소믈리에는 “풍부한 과실 향과 사과, 파인애플 그리고 노란 꽃 향이 강렬하다. 드라이한 스타일의 와인이지만 남녀노소 즐기기에 부담 없을 정도로 산뜻하고 경쾌한 과일 풍미가 일품이다. 제철인 굴을 비롯해 해산물이 갖고 있는 바다 내음과 잘 어울릴 법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레드·로제, 각 부문 1위 와인은

레드 ‘그랑티그르’, 로제 ‘샤토미소’

레드 와인은 총 17개 와인이 출품, 이번 품평회에서 가장 열띤 경쟁을 펼쳤다.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그랑티그르 S1974’는 충북 영동 월류원 와이너리에서 캠벨 얼리 품종으로 만든 드라이 레드 와인이다. 그랑티그르는 불어로 ‘큰 호랑이’를 뜻한다. 영동산 오크통에 3년을 숙성시켜 만든다. 색은 루비 빛을 띠고 은은한 장미 향과 산딸기 같은 붉은 과실 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섬세하고 가벼운 타닌감을 갖고 있지만 와인의 단맛과 산도가 잘 어우러져 훌륭한 밸런스를 갖고 있다. 캠벨 포도가 가진 장점을 살렸고 미국 품종에서 주로 나는 독특한 포도의 과육 향 ‘폭시 플레이버’ 단점은 줄인 훌륭한 한국형 와인”이라고 평했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너비아니, 떡갈비 그리고 돼지갈비같이 숯불에 구운 고기를 추천했다.

로제 와인 그랑골드의 영예는 충북 영동 와이너리 도란원의 ‘샤토미소 캠벨 스위트 로제’에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도 유명한 와인. 로제 와인 카테고리에서는 매우 드문 옅은 진홍 빛깔을 띤다. 김주용 소믈리에는 “자두, 살구, 복숭아의 풍부한 향기는 신선한 과육뿐 아니라 말리거나 절인 청 같은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매력이 있다”며 “고추장과 된장을 이용한 매콤한 한식, 또 딸기나 과일을 이용한 디저트류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샤토미소를 만든 도란원의 강세는 과실주 부문에서도 이어졌다. ‘샤토미소 웨딩 드라이’와 ‘샤토미소 피치’는 그랑골드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높은 점수로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송기범 소믈리에는 “샤토미소 웨딩 드라이는 자두로 만들어진 과실주로 향긋한 자두 향이 잘 느껴지고 산도, 보디, 알코올의 구조감이 훌륭하다. 해외 일품 로제 와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호평했다.

지난 1월 4일 매경이코노미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와인·전통주 베스트 트로피 심사 장면. 사진 왼쪽부터 송기범 비노에이치, 안중민 SPC, 조현철 라빈리커스토어, 김주용 주은 레스토랑 소믈리에. (윤관식 기자)
전통주 그랑골드 ‘궁예의 눈물’

증류주는 예인화원 ‘북극성’ 1위

전통주 부문에서는 술빚는전가네가 선보인 ‘궁예의 눈물’이 그랑골드를 획득했다. 한강주조 ‘나루생막걸리 11.5도’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주용 소믈리에는 “시각적으로 진한 질감이 느껴지지만 새콤한 불순물 없이 깨끗하다”며 “탁주는 뛰어난 맛에 비해 향기가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궁예의 눈물은 명성산 억새순을 넣어 싱그러움과 쌉쌀한 향기가 있다”고 평했다.

전통주 증류주 부문에서는 그랑골드는 없었지만 2개의 골드가 나왔다. 그중에서 예인화원 와이너리가 만든 전통 브랜디 ‘북극성’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소량 생산 브랜디로 오크 숙성을 거쳐 부드럽고 풍부한 풍미가 특징이다.

이번 품평회는 한국 와인과 전통주 품질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심사위원단은 입을 모았다. 그랑골드 등급이 4개나 나온 것이 그 방증이다.

“이번에 출품된 한국 와인과 전통주는 높은 품질은 물론 다양한 실험 정신이 돋보였다. 양조용 포도 품종이 아닌 국산 식용 포도로 양조한 레드 와인 품질이 빠르게 올라갔고, 우리나라 최북단 강화도에서 처음 양조해 출품한 화이트 와인 ‘연미정 청수’도 눈길을 끌었다. ‘막걸리의 세계화’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재윤 심사위원장의 총평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