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방어주 IBM…이제는 관망할 때
2022년 빅테크 ‘위너’
IBM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종목이다. 애플이나 테슬라 등 나스닥 간판주에 비해서는 오래된 기업으로 통한다. 성장주 간판을 내준 지 오래됐지만 나스닥 간판주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한 지난해 IBM은 오히려 주가가 5.4%(2021년 12월 31일~2022년 12월 30일 기준) 올랐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500억달러를 넘는 미국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VM웨어와 더불어 IBM만 상승세를 기록했다. IBM은 특히 순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배당금 비율이 최근 5년간 평균 117%를 기록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종 주요 종목 중 해당 수치가 가장 높았다. VM웨어의 경우 다른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에 인수된다는 인수합병(M&A) 이슈가 있었다는 점에서 IBM과는 상승 배경이 다르다.
지금으로부터 약 112년 전인 1911년 뉴욕에서 설립된 IBM은 최근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에게는 혁신 기업과는 거리가 멀게 인식됐다. 67억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크로포드인베스트먼트카운슬은 지난 2016년 “IBM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까지 IBM은 매출 성장세가 한 자릿수고 2020년 관리형 인프라 서비스 부문을 별도의 공개 거래 법인으로 분사시키면서 직원 규모도 9만명 줄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IBM 분기 배당금은 1주당 1.65달러다. 연간 단위로 배당수익률을 계산하면 4.66%고 최근 12개월간 배당 성향은 481.76%다. 배당 성향(1주당 배당금÷주당순이익(EPS))은 기업의 순이익 중 현금 배당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현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현재 주가)과 구분된다.
IBM은 2019년 레드햇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레드햇은 미국에 본사를 둔 오픈소스·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이다.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와 레드햇이 차세대 메모리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상호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IBM은 2019년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지분 투자 규모를 200만달러에서 현재 1억900만달러까지로 늘렸다.
이 밖에 IBM은 2020년 아르빈드 크리슈나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IBM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컨설팅 부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협력 중이다.
지난해는 메인 프레임 컴퓨터 ‘z16’을 내놨다. 신형 퀀텀세이프 시스템으로 불리는 상품이다. 새로운 시스템에 맞춘 프레임 컴퓨터가 나오면 고객사들이 이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뿐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매출도 오르게 된다. 일본 대기업 연합이 설립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와도 손잡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라피더스는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등 일본 8개 대기업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최근 설립한 반도체 연합체다. IBM과 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2나노 공정을 통해 반도체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 IBM에 대해 투자 보고서를 내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목표주가가 현재 회사 주가보다 낮다. 주가가 추후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 1월 3일 기준 IBM은 1주당 141.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에서 제시한 12개월 목표주가 139.4달러가 오히려 지금 시세보다 낮은 상태다. 최근 3개월간 IBM에 대해 보고서를 낸 월가 전문가 8명 중 4명은 매수 의견이지만 나머지 3명은 보류, 1명은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목표가 범위는 111~155달러고 평균치가 139.4달러다.
현재 IBM에 대해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투자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다. 다만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0월 말, IBM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158달러에서 155달러로 낮췄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투자은행은 UBS그룹으로 같은 시기 IBM 목표주가를 112달러에서 111달러로 하향하면서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가를 상향한 곳도 있다. ISI에버코어는 IBM 목표주가를 기존 125달러에서 135달러로 올렸다.
물론 월가 예상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8개 투자사들은 지난해 10월 말 IBM 목표가를 낮췄는데 같은 해 12월 13일 IBM 주가는 150.57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IBM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는 지적도 따른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회사의 1주당 주가수익비율(PER)은 103.32배다. 번스타인 리서치 분석가들은 “IBM 주식이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이는 기존 빅테크 하락에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기술 부문 중에서 비교적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 눈을 돌린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 측은 IBM 주가 흐름의 방어적 특성과 과거 실적을 감안할 때 뉴욕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IBM 주가가 선방할 가능성이 높지만 회복기에는 지수보다 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2024년까지 IBM이 한 자릿수 매출 성장률과 10%에 살짝 못 미치는 잉여 현금흐름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방어주 매수’ 목적으로 서둘러 IBM 주식을 매수하기보다는 뉴욕 증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관망한 후 선택의 폭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주식 시장 전반을 보면, 월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해 10월에 기록한 저점을 뚫고 더 바닥으로 떨어질지, 아닐지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증시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공통점은 올해 상반기 증시가 약세를 보인 후에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들어가는 ‘상저하고’를 예상한다는 점이다. IBM은 S&P500지수 구성 종목이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자산운용 CEO는 올해 상반기 S&P500지수가 3500선까지 밀리면서 신저점을 기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해 연중 최저점은 지난해 10월 12일에 기록한 3577.03(마감 시세 기준)이었다. 브라운 CEO는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큰 악재를 감안할 때 S&P500지수가 지난해 연중 최저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관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후반부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때 따라잡는 노력을 해도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 리서치 업체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반도체 업체인 퀄컴과 구글 모기업 알파벳(GOOG), 네트워크 보안·하드웨어 업체 시스코(CSCO) 그리고 세계 2위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ORCL) 등 총 네 종목이다.
뉴욕 = 김인오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