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올해 영업이익 1조원 전망하지만…3사 합병 무산 변수
증권가에서 셀트리온의 2023년 영업이익 1조원 전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매출액 2조9435억원, 영업이익 1조1249억원을 예상했다. 유안타증권도 2023년 셀트리온 실적을 매출액 2조6675억원, 영업이익 9765억원으로 내다봤다. 하나증권 역시 매출액 2조7439억원, 영업이익 9991억원으로 추정했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1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전망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다.
셀트리온 영업이익 1조원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단연 ‘바이오시밀러’ 덕분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제약바이오업계 ‘가성비’ 아이템이다. 품질, 효능, 안전성 어느 측면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에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은 오리지널보다 저렴하다. 이에 힘입어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740억달러(약 9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2년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셀트리온은 대표적인 수혜 기업 중 한 곳이다.
잘나가는 셀트리온에도 고민거리는 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다. 과거와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1월 4일 기준 종가는 16만500원. 1년 전(20만5000원)과 비교해도 낮고, 2년 전(35만75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채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 지연 등으로 떨어진 기업 신뢰도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직판 확대로 수익 극대화 계획
셀트리온은 2012년 ‘램시마’ 개발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유럽 시장에 주력했다. 셀트리온의 주요 바이오시밀러 제품 트룩시마는 2022년 2분기 기준 유럽 시장점유율 23%를 달성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서는 점유율이다. 램시마 역시 유럽 시장점유율 53.6%를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3년부터 미국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454호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97%를 기록했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48%)을 훌쩍 넘어섰다. 더군다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수혜도 기대된다. IR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장려한다. 바이오시밀러 처방 이후 환급받는 인센티브를 현행 오리지널 평균 약값의 6%에서 8%로 2%포인트 인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램시마SC 등을 앞세워 미국 공략을 본격 준비 중이다. 유플라이마는 2023년 7월 내놓을 계획이다. 유럽 내 판매가 시작된 베그젤마도 2023년 미국 판매가 예상된다.
램시마SC도 최근 진행한 2건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모두 입증된 만큼, 미국에서 시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유럽 내 판매가 활발한 만큼, 미 FDA 승인 심사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다.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직접 판매’ 전략도 본격화한다. 셀트리온 제품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을 담당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간 현지 제약사와 협업해 바이오시밀러를 팔았다. 하지만 2022년 5월부터 직접 판매 형태로 전략을 수정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시작했고 2023년부터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판매할 방침이다.
직판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수수료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현지 제약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은 매출액의 30% 정도로 알려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익성 개선은 셀트리온 수익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분석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분기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판매 금액 변동에 따른 추가 정산되는 특성상, 직판 확대로 생기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익률 증가는 셀트리온 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째 시작도 못한 ‘3사 합병’
서정진 회장 공수표 향한 불신 고조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주가는 기대 이하다. 2023년 1월 4일 셀트리온 PER은 39.5배. 제약·바이오업종 평균 PER(88배)을 고려하면 저평가 수준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을 향한 불신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셀트리온의 경우는 투자자 의구심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올까. 셀트리온그룹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이다. 3사 합병이 처음 언급된 때가 2020년 1월이다.
같은 해 9월, 셀트리온은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당시 셀트리온그룹은 “경영 투명성 확보, 효율화 제고를 위해 합병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병 절차는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무기한 중단됐다. 2022년 3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혐의 관련 “고의성 없다”고 결론 내리며 합병 절차가 재개됐다. 그러나 셀트리온 소액주주 일부가 “합병 이후 3사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합병을 반대해 현재 합병 절차는 또다시 멈춰 서 있는 상태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2021년과 2022년 주주총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석해 합병 의지를 드러냈다. 서 명예회장은 2021년 주총에서 “연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주총에서도 “최단 시간 안에 모든 단계를 거쳐서 주주들이 원하는 합병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합병 관련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 셀트리온 측은 “내부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고만 얘기할 뿐이다.
3사 합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 회장 발언이 공수표라는 지적이다. 3사 중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장사다. 주주 간 이해관계를 따져야 한다. 회사 실적·주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합병을 원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합병을 원하지 않는다. 앞서 셀트리온 소액주주 일부의 합병 반대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주주 간 갈등을 봉합하고 합병을 진행해도 문제다. 합병 후 시가총액이 현재 두 회사 시총 합계(1월 4일 기준 약 31조4000억원)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에서 제품을 가져오는데, 현재는 이 거래 내역이 셀트리온 매출로 잡힌다. 2022년 3분기에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이에서 발생한 거래대금이 1조172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합병을 하게 되면 이 매출이 사라진다. 스스로를 상대로 매출을 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실적 거품이 걷히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손해는 주주들 몫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은 이뿐 아니다. 서 회장은 2020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셀트리온그룹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도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22년 9월 말 기준 셀트리온 최고경영진은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부회장이다. 서 의장은 서 회장 장남이다.
서 의장은 셀트리온그룹 내 경영 관련 직함을 모두 내려놨다. 다만 최근 셀트리온이 추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직접 챙길 만큼,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관여라는 게 무 자르듯 기준이 딱 명확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지분은 없지만 서 회장이 존재하는 만큼 아들인 서 의장도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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