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스크린 골프장·술집’ 허용한다는데... 국민 55% “반대” [민심레이더]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1. 11. 19: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 반대 86% “신규 사학 비리 양성”
보수 52% 찬성 “대학이 공부만 하는 곳 아냐”
스크린골프. (연합뉴스)
교육부가 대학 캠퍼스 유휴부지에 스크린 골프장과 대형 카페,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반 음식점 설치가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10년 이상 이어져온 대학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대학 재정이 심각합니다. 고물가에서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기는 어려우니 대신 규제를 풀어 대학이 남는 부지나 건물을 활용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교육부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포함돼 1월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죠. 교육부는 “대학이 유휴 재산 수익성을 높여 등록금 외에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사 직전’이라 호소하던 대학들은 규제 완화를 반깁니다.

지금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캠퍼스에 들어와 있지만 300㎡의 면적 제한이 있죠. 앞으로 교육부는 국토부와 협의해 법령 개정으로 대학 내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실내 스크린 골프장을 비롯해 300㎡ 이상의 식당·카페·제과점, 500㎡ 이상의 공연장·전시장 등이 대학 캠퍼스 내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죠.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반 음식점의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게 음식점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주류 판매가 가능한 일반 음식점이 대학 내에 들어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실내 골프 연습장이 설치되면 교직원, 학생,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법령이 개정될 경우 대학들은 건물의 일부나 토지를 민간 업자에게 빌려줘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다만, 지나친 수익화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규제 완화가 자칫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형성한 캠퍼스 건물과 유휴부지 등의 재산을 대학 법인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죠.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 외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대학의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어야 하고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설치를 허용할 시설의 범위도 공익 목적을 고려해 조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어요.

대학 캠퍼스 내 스크린 골프장·주류 판매 식당 설치 허용에 대해 민심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2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대학에 스크린 골프장·주류 판매 식당 설치 허용,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주제로 43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을 넘은 55.4%가 ‘대학 내 편의시설 설치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 응답자는 29.2%, ‘중립 ’은 15.4%에 그쳤습니다. 진보 성향 지지도가 높을수록 대학 내 스크린 골프장 등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진보(86.1%), 중도진보(72.3%) 응답자들은 대학 내 스크린 골프장 등 설치에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중도(53.5%)도 과반수 이상이 반대 의견을 표출했죠.

진보 성향 20대 응답자는 “동결된 등록금도 싼 게 아닌데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어려울 정도의 대학이면 사라져야 한다”며 “신규 사학 비리 양성, 사학 비리의 온상 확장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이 강할수록 대학 내 스크린 골프장 등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비중이 컸습니다. 보수(52.3%), 중도보수(38.6%)가 대학 내 스크린 골프장 등 설치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중도보수 성향 30대 응답자는 “미국 대학은 모든 대학이 캠퍼스 내 학교 풍의 스포츠 바가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고 사회의 축소된 시스템을 배우는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가 활동 시설 설치는 괜찮지만 주류 반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한 중도보수 성향 응답자는 “다른 여가 활동은 어떻게 이해한다 해도 주류 상점을 직접 들이는 것은 아무리 성인 수강생이 대부분인 대학교라 하더라도 안 된다”며 “술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많은 데다 사고 발생 시 여러모로 문제가 복잡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