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Q sign #4] 코로나19 극복기
하나님 2023년이라는 새 시간, 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에는 온 땅에 성령의 단비를 부어 주시고 회개의 축복이 쓰나미처럼 임하길 원합니다. 모든 것이 가능하신 내 아버지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1년 2월 2일 저녁 맨발로 실려 갔으니, 병원에서 신겨준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은 채로 소형 산소통 두 개와 함께 2월 7일 저녁에 퇴원했다. 2월 8일 저녁 무렵이었다. 키가 큰 청년이 산소통 두 개와 더불어 산소가 계속 공급된다는 의료 장비를 가지고 와서 사용법을 설명해줬다. 전날에 병원에서 가지고 온 소형산소통 2개는 도로 가져갔다.
문제가 된 건 산소가 계속 공급된다는 의료 장비 소리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소음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당장에 산소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지만, 산소 부족이 아니라 폭력적인 기계의 소음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밤이 되자 그 소리는 더욱 흉포해졌다. 이웃들까지도 잠을 잘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죽어도 혼자 죽자 결단하고 전기코드를 빼 버린 후, 소리가 안 나는 소형 산소탱크 호스를 끼고 하룻밤을 버텼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산소가 다 소모돼서 하나 남은 작은 산소탱크를 연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조작을 해봐도 도무지 여의치 않았다. 도움을 얻으려고 청년이 주고 간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은 닿질 않았다. 도대체 사람이 나와야 말을 하지. 연락 불통이 된 세상은 무인고도와 다름이 없다. 마치 우주 공간에 홀로 떠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또한 하나님께 맡기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숨이 너무 가빠졌다. 대신, 열심히 먹었다. 딸이 보내준 바나나, 당근, 감자, 토마토 수프, 물, 죽, 단백질 음료 등을 먹었다. 열심히 먹고 건강이 회복되면 숨을 쉬는 게 문제랴? 가능한 한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하면서 폐 운동도 열심히 했다.
“하나님, 편히 숨 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 틈틈이 기도를 올렸다. 느리지만 서서히, 움직이는 게 쉬워져 갔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드디어 욕조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조심스럽게 샤워를 할 수가 있었다.
전화로는 연락이 안 되니, 산소탱크를 가져가라고 청년에게 편지를 썼다. 손으로 그 편지를 쓴 시점은 2월 23일이었다. 그런데 글씨가 엉망이었다. 컴퓨터로 보내려했다. 2월 28일이 돼서야 마침내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오타가 있나 없나, 읽고 또 읽었다. 발신 주소가 맞는지 아닌지 점검하고 3월 1일, 지팡이를 짚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우편함에 편지지를 넣었다.
세상에 S.O.S.를 보낸 적도 있다. 상황은 이랬다. 노인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에게 주어진 비상 단추, 웬만하면 참고 버티고 견디면서 살아온 내가 평생 처음으로 “도와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어이없게도 종이 한 장을 집는 것도 그렇게 어려웠다. 내 발로 일어서서 걷는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 몰랐다. 누구라도 이런 순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이나 했을까. 아,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거구나!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앨범에서 사진들을 뜯어냈다. 대부분 사진을 찢어 버렸다. 옷, 이불, 그릇, 책 등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다 치우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심지어 귀하게 보관하고 있던 상패들도 다 뜯어냈다. 이름이 쓰여 있는 앞판을 분리했다. 모조 크리스털로 제작된 상패나 감사패는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름 석 자를 파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치우고 버릴수록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신기했다. 천국이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겼다. 사는 날까지는 써야 할 그릇 몇 개, 가는 날까지 읽어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 몸을 가리고 보호할 옷 몇 벌, 내 평생에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들을 기록해야 할 오래된 컴퓨터.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만 73세의 노친네가 코로나19에 걸려 죽게 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생명을 되찾고 나니,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그저 고마웠다. 나이·인종은 상관이 없었다. 어찌 그렇게들 예쁘고 대단해 보이는지.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까지도 특별해 보였다. 삶은 아름답다.
언제나 씩씩했던 엄마가 사경을 헤매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당장에 비행기 표를 끊고 내게 달려오겠단 자녀 소식을 들었다. 병원으로 전화를 연결한 큰 아이에게 호통을 쳤다. “다른 병도 아니고 나는 지금 코로나에 걸렸어. 꼼짝하지 말고 집에들 있어. 내 자식들에게 행여라도 병을 옮길 수는 없지.” 자식들을 일단 주저앉혔다.
자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으로 전화를 해 담당 의사에게 내 상태를 확인했다. 자녀들은 코스트코에 온라인으로 음식들을 주문해 내 방까지 배달을 시켜줬다. “이제 엄마를 혼자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나보다. 자녀들은 자기들 집으로 날 데려갈 대책도 세우고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살게 되면 최소한 혼자 죽는 일은 없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천국은 혼자 가는 길이다. 함께 살자는 자녀들 요청은 끝내 거부했다.
2월부터 차츰 몸이 회복됐다. 3월 중에는 천국 갈 준비를 할 겸 모든 짐을 정리했다. 하나님 앞에 정식으로 말씀과 기도의 단을 쌓은 건 4월 1일부터다. 4월 이후엔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신 모든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중에 글 쓰는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됐다. ‘하나님의 Q sign’이라는 제목을 하나님께 받은 시점은 2022년 1월 1일 예배 때였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만민에게 선포하리로다.”(시편 118:17)
정리=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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