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시상식 그만…'CJ 비저너리' 트렌드 이끈다

이종길 2023. 1.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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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연예대상 그들만의 리그 전락
CJ ENM K-콘텐츠 변화·혁신 주도
글로벌 영향력 포함 선별 10명 수상

지상파는 연말마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 시상식을 한다.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 증가 등으로 개별 프로그램 영향력이 현저히 줄었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크게 떨어졌다. 통합 시상식을 해도 모자랄 판에 공동 수상까지 남발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새로운 비전이 제시될 리는 만무하다. 새로운 가치 제시로 고정관념이 타파되고 탈경계가 활발해지는 시장 흐름을 조금도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 K-콘텐츠가 누리는 글로벌 인기의 원천은 변화와 혁신이다. 이정표가 불명확해진 산업 지형에서 제각각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해 무한한 가능성을 알린다. CJ ENM은 이를 선도한 인물들에게 방향을 맞춰 지상파가 상실한 공신력을 확보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비저너리(Visionary)'가 그것이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업계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은 인물을 조명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까지 전망하는 시상식이다. 양혜영 CJ ENM 브랜드전략실 마케팅기획 담당은 "단순히 지난 1년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아니다. 독보적 파급력과 독창적 세계관으로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고 비전을 제시한 이들을 엄중히 선별했다"라고 설명했다.

CJ ENM이 생각하는 가능성의 원천은 작품이나 장르가 아니다. 종사자들의 창의성과 리더십이다.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문화성을 펼치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비저너리의 기조도 다르지 않다. 도전성과 구체성, 거시성 등을 정량적인 데이터와 전문가 심사, 글로벌 지표로 비교·분석한다. 선정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 독보적 입지 구축과 탈경계 파급력, 프레임의 전환, 독창적 크리에이티브, 글로벌 영향력 등이다.

심사에는 콘텐츠 제작·사업에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보유한 예순 명이 참여했다. 객관성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평가지표로 확보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의 애널리틱스와 협력해 글로벌 리서치를 적용하고, 글로벌 아티스트·크리에이터가 소속된 미국 대형 에이전시 WME와 연계해 신뢰성을 강화했다. 양 담당은 "국내와 해외에서 중요시하는 인물에 큰 차이가 있었다"라며 "후자는 상호 보완 성격도 있지만 향후 K-콘텐츠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쉽게 수상 문턱에서 미끄러진 배우 주종혁을 꼽았다.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해외 인지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라며 "올해 미국 할리우드 등 해외에서 적잖게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수상자는 배우 이정재·김혜수·마동석·박은빈과 나영석·이진주 프로듀서, 박찬욱 영화감독, 가수 아이유·(여자)아이들, 정서경 작가 등 열 명이다. 하나같이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새롭게 정의했다고 평가됐다. 가장 주체성이 도드라진 인물은 아이들. 멤버들의 적극적인 앨범 프로듀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티스트형 그룹'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데뷔하고 꾸준히 개성 넘치는 곡들을 쏟아내며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경우는 흔치 않다. 양 담당은 "차트 순위나 조회 수도 높지만 멤버들, 특히 리더 소연의 오리지널리티가 훌륭하다"라며 "지난해에도 'Nxde' 등에서 편견을 깨는 가사와 새로운 단어 정의로 프레임을 전환하며 K-팝의 수동적 성격을 지워버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래 데뷔하는 걸그룹들이 모범으로 삼고 벤치마킹할 만큼 성장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앞으로 K-팝 시장에서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동석은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2'가 지난해 국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CJ ENM은 누적 관객 1269만3175명보다 이른바 '마동석 유니버스'로 불리는 세계관에 주목했다. 독보적인 캐릭터가 일종의 장르로 발전해 장기적인 파도를 타고 순환할 거라 관측했다. 양 담당은 "'베테랑(2015)'에서 카메오로 출연해 인기를 얻은 아트박스 사장 캐릭터가 '부산행(2016)'의 상화, '범죄도시(2017)'의 마석도, '신과함께-인과 연(2018)'의 성주신, '시동(2019)'의 거석이 형 등으로 거듭나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경우"라며 "연기는 물론 기획, 개발, 제작까지 주도한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다가간다는 점에서 발자취를 높이 살만하다"라고 평가했다.

CJ ENM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새로운 K-콘텐츠 지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저너리를 직접 선정하는 만큼 다양한 오리지널리티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K-콘텐츠는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워간다"라며 "그 힘은 사람이 가진 독창성, 즉 오리지널리티에서 비롯된다. 우리 또한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 모습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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