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쏘기 전에 초토화" 軍, 24시간 논스톱 한·미 훈련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공 등과 관련, 공세적 대북 억제력 확보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한·미 연합연습은 24시간 연속 훈련으로 역대 최장 기간 실시되고,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발사 전 교란’ 개념도 본격 수립된다.
24시간 11일 한미훈련은 역대 최장…尹 "상대방 의존하는 평화는 가짜 평화, 훈련은 곧 작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1일 연두 업무보고에서 전반기 열리는 한·미 연합연습을 사상 처음으로 '11일 연속' 최장기 훈련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상대방에 의존하는 그러한 평화는 지속될 수 없는 평화고 가짜 평화"라며 "교육훈련은 곧 작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 장병이 전투 임무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라"고 주문했다고 이 장관이 업무보고 후 전했다.
최장기 훈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름 지어진 프리덤실드(FS·Freedom Shield)로 이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결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 축소된 것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미 연합연습은 전·후반기 한 해 두 차례 이뤄졌는데, 각각 5~6일간 실시되고 주말 휴식 기간을 기점으로 1·2부로 나눠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휴식 기간 없는 24시간 훈련으로 전환된다. 군 당국자는 “실제 전투상황을 반영했다”며 “여러 작적이 연속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논스톱' 한·미 연합연습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상반기 한·미 연합연습부터 지금까지 1부 방어·2부 반격으로 각각 1주일씩 이뤄진 것과는 달리 통합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상륙 한·미훈련 '쌍룡훈련' 확대
이전 정부에서 축소된 한·미 훈련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 기조는 이번 국방부 보고 중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장관은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해 여단급 한·미 해병대 훈련인 ‘쌍룡 연합상륙훈련’을 사단급 규모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군 당국은 여단급 ‘쌍룡 연합상륙훈련’을 사단급 규모로 확대 시행하고, 20여 개 연합훈련을 과거 ‘독수리훈련(FE)’ 수준으로 시행한다.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독수리훈련은 매년 상반기 키 리졸브(KR·Key Resolve) 연습, 하반기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UGF·Ulji Freedom Guardian)과 함께 3대 한·미연합연습으로 꼽혀오다 2019년 공식 종료된 상태다.
"북한 미사일 발사 전 실패 만든다"
국방부는 또 이날 북한 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강조했다. 특히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공격 받은 이후 압도적 전력으로 대규모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 가운데 킬 체인의 하나인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전 이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개념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후 요격 방어를 뜻하는 '라이트 오브 런치'(Right of Launch)와 대비되는 용어다.
이는 소극적 요격 기조를 '적극적'으로 나가게 한다는 뜻이라고 군 당국자는 설명했다. 다수의 지점에서 실시간 발사 징후 탐지가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대화력전 개념의 원점 타격 외에 비물리적 타격으로 대응이 확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이버 공격, 전자기탄(EMP) 등을 통해 교란을 일으켜 발사 자체를 막거나 쏘아올린 미사일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국방부는 이날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을 언급하며 북한의 ‘초토화’를 시사하는 용어도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사안에 대해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 간 확장억제의 분야별 협력을 더욱더 공고하게 만들고,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전지역의 전쟁 지도부와 핵심 시설 등에 대한 파괴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이같이 북한 모든 지역에 대한 공격 능력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핵 대응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장관간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약속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2월부터 연례화해 실시한다고 보고했다.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간 토의로 구성되는 TTX는 2011년 시작된 뒤 그동안 필요시에만 열렸고, 지난 정부 때는 잠시 중단되는 등 지금까지 7차례 개최에 그쳤다. 특히 TTX는 북한의 핵 투하 징후뿐 아니라 핵 사용 상황까지 고려하는 등 대응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군 당국자는 “이와 함께 올해부터 F-22·F-35 스텔스 전투기 등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군사 자산이 한반도 인근에 등장하는 일도 예전보다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 대응 실패 인정도
군 당국은 지난달 북한 무인기 서울 상공 침범과 관련해선 미흡함을 인정하며 대응책을 내놨다. 이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북한) 소형 무인기(대응)에 대한 건 우선순위가 떨어져 있었다”며 “소형 무인기가 정치적으로, 국민 심리적으론 굉장한 불안 요인이지만 군사적 수준에선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국민 불안감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관련 능력을 더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전방 감시·식별이 가능한 체계 구축 ▶드론 대응이 가능한 다수 타격 체계 확보 ▶표적 정보에 대한 각군 운용 통합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군 소식통은 “육군 드론봇전투단이 2018년 창설됐지만 제대로 전력화 돼 실전성을 갖추려면 최소 2027년은 돼야 한다는 게 내부 검토 결과”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ang.co.kr
이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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