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복수극' 두달 기다리라고? '카지노'도 몰아보기 없다 왜
“요즘 시대에 일주일에 1개가 말이 되나. 디즈니 감 없네.”
디즈니+(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시청자 댓글이다.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대세 손석구의 차기작으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카지노’는 지난달 21일 1~3회가 공개된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 회씩 업로드 되고 있다. 초반 분량을 보고 몰입한 시청자들로서는 일주일에 한 편만 풀리는 상황이 감질날 수밖에 없다.
‘카지노’ 뿐만 아니다. 연말연시 저마다 기대작을 공개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공개 방식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들 모두 매주 1~2화씩 공개하는 방식을 고수해온 디즈니+는 ‘카지노’의 경우 주 1화 공개에 더해 전체 16부작을 8부작씩, 두 시즌으로 나눠 공개하는 전략까지 추가했다. 이달 25일까지 시즌1 공개가 완료되면 몇 주 동안의 휴지기를 가진 뒤 내달 중 시즌2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김남길·차은우·이다희가 출연한 판타지 액션 드라마 ‘아일랜드’를 내놓은 티빙도 유사한 방식을 택했다. 총 12부작을 6부작씩(매주 2화 공개) 두 파트로 나누고, 두 파트 사이에는 1~2개월 정도의 간격을 둔다는 방침이다. 13일 파트1이 마무리되면, ‘아일랜드’ 시청자들도 또 몇 주간의 기다림을 견뎌야 파트2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 초창기부터 한 시즌 전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유명했던 넷플릭스도 송혜교 주연의 화제작 ‘더 글로리’를 파트1·2로 나눠 공개하는 전략으로 구독자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은 파트1(8부작)은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린 문동은(송혜교)이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막 시작하려던 시점에서 끊겼다. 나머지 8부작이 담긴 파트2는 3월 중 공개 예정이라, 시청자들 사이에선 “3월에 몰아볼 걸, 괜히 일찍 봤다” “공개를 당겨주면 안되느냐” 등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전편 공개’ 고수하던 넷플릭스, 이젠 ‘시즌 쪼개기’
이처럼 여러 OTT들이 일제히 ‘쪼개기’ 전략을 택한 건 전편을 동시 공개하던 초기 OTT 문법을 벗어난 흐름이다. 애초 ‘빈지 워칭’(Binge-watching·몰아보기)은 OTT 선두주자인 넷플릭스가 기존 TV 채널들과 차별화된 ‘전편 공개’를 택하면서 보편화됐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청자가 적응했지만, 넷플릭스가 초기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처음 선보였던 2013년만 해도 “13개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공개된다”(뉴욕타임스)는 제목이 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전편 공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 방식으로 구독자를 모으는 데 성공한 넷플릭스는 10여년간 이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시즌 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공개 방식에 변주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공개 전략이 다변화하는 배경에는 경쟁이 치열해진 OTT 시장 구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월 단위로 구독이 갱신되는 OTT 플랫폼 특성상, 화제작을 여러 번 나눠 공개하면 유료 구독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락인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전편 공개 외의 방식이 나타나는 건 사실 여러 OTT들이 등장할 때부터 예견됐던 수순”이라며 “아직 OTT가 낯설 때는 사람들을 일단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전편 공개가 유효했지만,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독자가 이탈하지 못하게 막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해 ‘오자크’(시즌4), ‘종이의 집’(시즌5) 등의 해외 오리지널 시리즈도 한 시즌을 두 개로 쪼개서 공개한 바 있다. 외신에서는 한때 “넷플릭스가 주 단위 공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콜라이더)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는 지난해 9월 “디즈니+ 등의 경쟁사들이 공개 기간을 늘림으로써 이익을 보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도 전편 공개 방식의 단점을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각 OTT들은 쪼개기 전략이 온전히 작품 흐름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더 글로리’ 파트2를 3월에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창작자들의 의도를 존중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파트2 공개 이후 창작자들이 직접 이야기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관계자도 “각 작품의 스토리와 장르를 고려해 공개 방식을 정하고 있다. ‘카지노’도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즌제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쪼개기 효과, 작품 따라 희비 엇갈려
모두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 선택이라지만, 전략의 실제 효과는 작품마다 갈리는 분위기다. ‘더 글로리’의 경우 파트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파트1의 디테일을 뜯어보며 복선을 분석하는 등 공백기가 되레 작품의 인기를 북돋는 모양새다.
반면, 똑같이 시즌을 쪼갰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파트1이 좋지 못한 평을 받은 탓에 6개월 뒤 공개된 파트2도 별다른 화제를 일으키지 못해 “넷플릭스의 패착”이라는 평이 나왔다. 주 단위 공개를 고수하고 있는 디즈니+의 작품들도 “한 번에 이어지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초반 회차들의 흥행 여부도 모르는 상태로 시즌을 나누는 건 플랫폼으로서도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이라며 “시즌 쪼개기가 구독자 유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여전히 전편 공개가 훨씬 더 큰 흡입력을 선사하는 선택지이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전편 공개 작품을 잇따라 내놓기 어렵다면 이미 보유한 작품이라도 효과적으로 추천해주는 등 콘텐트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능력을 갖춰야 OTT들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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