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휴전 2년반째… 정부, 정면돌파 의지
의정협의체 재개 시점 ‘불투명’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팔을 걷었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의사단체의 거센 반발로 의료계와 정부가 휴전을 선포한지 2년 반여만이다. 이번엔 정부가 의대 증원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포함한 의대 입학 정원은 40개교, 3058명이다. 2006년 이후 1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전국 간호대 신입생 정원은 2007년 1만1206명에서 올해 2만3183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의대 정원이 18년째 묶여있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단 휴진,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등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의정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휴전을 선포했다. 코로나19 유행 안정화 이후 논의를 재개하기로 협의했다.
약 2년 반 동안 논의가 멈춘 사이 필수진료과 의료 공백 현상이 가속화됐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등 필수의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당장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소아과 인력 문제가 불거지며 의대 정원 논의가 불붙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수련병원의 2023년 상반기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의료법상 필수 진료 과목인 소아청소년과는 201명 모집에 16.4%(33명)만 지원했다. 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207명이 필요하다고 신청했지만 확인된 지원자는 33명에 불과했다.
소아과 붕괴 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당장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이어 서울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3곳의 대학병원이 주말이나 평일 야간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비단 소아청소년과만의 일이 아니다. 또 다른 필수 진료 과목인 외과와 산부인과 역시 모집 정원의 65.5%, 78.8%만 충원됐다.
정부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공공정책수가 도입과 함께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10일 “의대정원 증원 등은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상황을 고려해 의료계와 논의할 사항”이라며 “현재 시기나 규모와 관련해 의협과 구체적인 논의를 한 바는 없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계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신년 업무추진계획으로도 언급됐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업무계획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난 정부의 합의정신을 존중하되 명확한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이 논의된 것이 없어 상호 협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조속히 논의를 시작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발을 맞췄다. 교육부는 지난달 복지부에 ‘의료인력 양성과정의 학생정원 증원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2024학년도 보건의료인 양성학과 입학정원 산정 등 의료인력 수급 검토 시 적극적인 반영을 요청한다”며 “교육부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등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다만 의정협의체 논의 재개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11일 쿠키뉴스에 “아직 의료계와 논의한 사안은 없다. 의대 증원 인원을 300명 정도로 협의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무근”며 “의대 증원에 관해 교육부 공문은 받았으나 의대 정원에 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 역시 “의정협의체 재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방안은 없다”면서 “그간 복지부와 의대 증원에 대해 공식적인 소통도 없었다”고 분명히 해뒀다.
정부의 추진 의지에 의료계가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소아과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반발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10년 뒤만 바라본다는 지적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30년 동안 월급이 오르기는커녕 깎이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겠나. 소아과가 현재 그런 상태”라며 “온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지원을 꺼리는 것이다. 의대생을 100배로 늘리면 해결이 되겠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역시 ‘의대 증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협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진료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당장 마당에 불이 났는데 10년 후에 10만명을 양산하자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해결책”이라며 “의사 수를 양적으로 늘려도 의사들이 힘든 현장으로 가려 하겠나. 현장 목소리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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