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호흡기 약해져 독감 더 위험하다는데…
독감 백신 필수… 폐렴구균 백신 고려도
◇더 '독한' 독감 앓을 가능성 커져… 폐렴 발전 위험까지
코로나19를 앓았다고 해서 독감 감염 위험이 커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를 앓고 난 다음 독감에 걸렸다면, 독감 증상이나 후유증이 남들보다 심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경험 자체가 독감 위험을 높이진 않지만, 코로나 감염 후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었다면 독감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특히 코로나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되기 전 상태에서 독감에 걸렸다면 독감을 더욱 심하게 앓을 수 있으며, 독감이 폐렴 등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감이 폐렴으로 진행되면, 최악의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동원 교수는 "코로나와 독감은 앓고 나면 폐와 기관지 점막 면역성이 떨어져 세균성 폐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질환"이라고 밝혔다. 정진원 교수는 "코로나 또는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반드시 폐렴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폐렴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지는 건 분명하다"라며, "폐렴은 고령자의 입원 또는 사망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후유증 컸다면 독감 백신 필수, 폐렴구균 백신 고려도
사실상 전 국민이 코로나에 한 번씩은 감염된 경험이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을 경험했다. 코로나 경험자와 롱코비드를 겪은 사람이 독감에 걸려도 무사히 지나갈 방법은 일단 독감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정진원 교수는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도 있으나 폐렴 등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은 매우 줄어든다"며, "독감이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독감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독감이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독감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경우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렴 등 합병증을 경험한 경우 ▲코로나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 ▲코로나 후유증이 크지 않았더라도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기타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고령자인 경우 등이다.
이미 독감 백신은 접종했지만,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도 고려해볼 수 있다. 코로나 또는 독감 감염 후 발생하는 세균성 폐렴의 주요 원인인 세균은 '폐렴구균'인데, 폐렴구균은 예방 접종을 통해 감염 위험과 감염 후 중증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백신이 국가 필수 예방 접종으로 지정돼 무료 접종도 받을 수 있다. 박동원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하므로, 폐렴 고위험군이라면 접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감 환자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2022년 12월 25∼31일) 독감 의사환자(의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60.7명으로, 직전 주(55.4명)보다 10% 증가했다. 2022∼2023절기 유행기준인 1000명당 4.9명의 12배가 넘는다.
특히 최근엔 폐렴 등 독감 합병증 위험이 큰 7~12세 어린이의 의사화자 분율은 1000명당 154.6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다.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만 13세 어린이(2009년 1월 1일~ 2022년 8월 31일 출생자)는 국가지원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하므로, 아직 독감 백신 접종 전인 어린이라면 이른 시일 내에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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