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전재준이 앓는 색약… ‘렌즈’로 교정될까?

이해림 기자 2023. 1. 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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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약 교정 렌즈는 색상 간 대비를 극대화해 색약 환자도 색을 잘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이 렌즈를 착용한대서 색약 환자가 일반인처럼 모든 색을 다 볼 수 있게 되진 않는다. 사진은 '더 글로리' 등장인물 전재준./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The Glory)’가 화제 몰이를 하며, 등장인물 전재준(박성훈)이 앓는 색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색약을 콤플렉스로 여기는 전재준은 색약 교정 렌즈를 착용한다, 전재준에게 복수를 다짐한 문동은(송혜교)은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을”라고 말하며 그를 자극한다. 색약 교정 렌즈, 어디까지 효과가 있는 것일까?
왼쪽에서 '12', 오른쪽에서 '15'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약을 의심해볼 수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색 인지하는 시세포인 ‘원추세포’ 약하면 색약 발생
타고나길 색약인 사람들은 색을 감지하는 시각 세포 기능이 약하다. 시각 정보는 빛을 감지한 망막 시세포가 자극을 전기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뇌로 전달함으로써 수집된다. 색을 감지하는 건 망막시세포 중에서도 원추세포의 역할이다. 유색 물체에서 반사된 광선이 눈에 들어가면, 물체의 색을 구성하는 적색·녹색·청색의 비율에 따라 각각의 색을 인식하는 원추세포가 받는 자극이 달라진다. 어떤 색을 맡은 원추세포가 많이 자극됐는지가 우리가 보는 색을 결정하게 된다. 선천적 색약환자는 세 가지 색에 대한 원추세포를 모두 갖고 있으나, 이중 몇몇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기능이 약한 원추세포의 종류에 따라 적색약·녹색약·청색약으로 나뉜다. 색약 환자 대부분은 적색과 녹색을 혼동하는 적록색약을 갖고 있다. 물체의 색이 붉은 계통일 땐 녹색 계통으로, 녹색 계통일 땐 붉은 계통으로 오인하곤 한다.
드물게 후천적 요인으로 색약이 생기기도 한다. 시신경질환, 망막질환, 녹내장 등 시세포가 후천적으로 망가지는 질환이 발생할 때다. 당뇨처럼 시신경 기능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신 질환이 생겼을 때도 색약이 발생할 수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a)맨눈, (b)색약 교정 렌즈를 착용한 눈, (c)색약 교정 렌즈./사진=국제학술지 '신소재기술(Advanced Materials Technologies)'
◇훈련 통한 극복은 불가, ‘색약 렌즈’ 도움받을 수 있어
선천적 색약엔 치료라는 개념이 없다. 강북삼성병원 안과 한소영 교수는 “시세포인 원추세포의 기능이 타고날 때부터 약한 선천적 색약이라면 훈련으로 색 구분 능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며 “망막질환이나 녹내장 등 질환 탓에 색약이 발생했다면 원인 질환을 치료할 경우 색약도 호전된다”고 말했다.
타고난 색 감지 능력을 바꿀 순 없지만,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색약 전용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다. 색약 환자 대부분이 적색과 녹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약이라, 시판되는 색약 교정 렌즈도 대개 초록색이나 빨간색을 띤다. 언뜻 봐선 유색 선글라스처럼 보인다. 동공 부분에만 색을 넣어 색약을 교정하는 콘택트렌즈도 있다. 한소영 교수는 “색약 교정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한다고 일반인처럼 모든 색을 다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그래도 색상 필터를 통해 환자가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색상들의 대비 감도를 크게 만들어 주면, 색을 구분하기는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게임 로스트아크​에 도입된 색약 필터 기능./사진=로스트아크 공식 홈페이지
◇일상 속 ’색약 모드’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 
색약 환자는 생각보다 흔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약 5.9%, 여성의 약 0.4%가 색약이다. 색약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서비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색약 유저(user)를 위한 ‘색약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늘어난 것이 그 예다. 색약 유저들은 모양이 같고 색만 다른 게임 아이템이나, 지형지물 사이에 섞인 적군과 아군을 분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에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 넥슨 던전앤파이터 등은 2020~2021년도부터 색상 필터를 켜거나 끌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턴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플랫폼에서 색각이상자용 지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됐다. 일반 지도 위에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된 교통, 수계 등의 정보를 색각이상자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색을 변환한 지도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리면 들어오는 빨간색 불이나, 다양한 색의 선으로 구성된 지하철 노선도에 이르기까지, 색을 알아보지 못하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여전히 일상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네이버 지도 서비스는 2015년부터 PC 버전으로 색약 전용 지하철 노선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선 아직 색약 모드가 확인되지 않는다. 색각이상자용 지도를 제공하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현재는 대한민국 전도, 대한민국 주변도, 세계지도 등 세 가지만 변환해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상 지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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