뮐러 “새 감독 국적 모든 가능성 열어둬, 선수와 소통할 것”
차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총괄하는 마이클 뮐러(58) 대한축구협회 신임 국가대표 전력 강화 위원장은 11일 외국인 감독 선임과 관련 “난 독일인이기에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재성(마인츠05)의 “선수들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감독님을 너무 쉽게 선택하지 않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선수 뿐 아니라 코치진 모두와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기 감독으로 외국인 지도자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12년 만에 16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다음 월드컵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에 차기 감독 선임은 최대 과제로 놓여있다.
이 가운데 전임 전력강화위원장인 이용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뮐러 위원장이 새로 선임됐다. 당초 벤투 감독이 물러나고 국내 지도자를 선임할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뮐러 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외국인 지도자가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며, 가이드라인과 절차에 맞게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날 “새 감독이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 (지금) 나는 답할 수 없다”며 “어떤 절차를 거쳐 감독을 선임할 것인지, 새 감독으로 어떤 지도자를 고려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기자회견의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차기 감독 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변수가 있어 확답하기 어렵다”면서도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4년을 맡기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는 “계약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협상의 결과로 확정해야 한다”며 “다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장기계약을 통해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2018년 4월 축구협회 지도자 교육 강사로 부임하며 한국 축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축구의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기술발전위원장을 두 차례 지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강사, 독일 15세 이하(U-15)와 U-18 대표팀 코치, U-21 대표팀 스카우트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마이클 뮐러라고 합니다.(이상 한국어) 나를 미하엘이 아닌 마이클이라고 불러달라. 국제 스탠더드에 맞추고 싶다. 마이클이 좀 더 국제적인 발음이다. 전력 강화 위원장 맡게 돼 기쁘며 영광이다.”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해 어떤 단계까지 와 있나. 새 감독의 임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보장해 줄 것인가. 국내 지도자에게도 기회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대략의 선임 기준을 만들었다.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나는 독일인이다 (차기 감독 후보 물색과 관련해) 국제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가능한 때가 되면 언론과 대중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싶다. 이 시점에 어떤 추측도 불러일으키게 하고 싶지 않다. 계약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협상의 결과로 확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다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장기 계약을 통해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차기 감독을 국내 지도자로 뽑는 쪽이었다가 이제 외국인 감독을 뽑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다. 외국인이 우선순위인가. 같은 국적인 독일 감독도 후보군이 될 수 있나.
“난 독일인이기에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 새 감독이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 (지금) 난 답할 수 없다. 어떤 절차를 거쳐 감독을 선임할 것인지, 새 감독으로 어떤 지도자를 고려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줄 수 있나.
“우선, 축구협회의 요구사항을 듣고, 크게 5가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경적 요인이다. 환경적 요인은, 축구협회와 감독이 조건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감독 후보가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그의 철학이 한국 축구 철학과 일치하는지 등을 포함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전임 위원장이 1차 후보군을 추려놨다고 들었다.
“그 리스트를 받았다. 감사드린다. 하지만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검토할 예정이다. 나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도 활용할 것이다.”
-이재성(마인츠)이 선수들이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나.
“내 역할은 소통과 조정이다. 지금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처럼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치진 등 모두와 소통할 것이다. 다만, 모든 소통 내용이 대중에게까지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임 벤투 감독을 선임했을 때처럼, 선임 배경과 원칙 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할 계획이 있나.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다년간 이어온 우리의 축구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려할 것인가.
“논리적이고 종합적으로 선임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후보 리스트를 먼저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평가한 뒤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축구협회에 보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협상하고, 계약서에 사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 축구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지도 고려 사항이다. 한국 축구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해왔는지 아는 것은 차기 감독에게 중요한 요건이다.”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신력, 의지, 투혼이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가치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선수 개인이 더 강해져야 한다.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모든 경기를 관전했다. 이제 '약팀'과 '강팀'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준결승 이상 올라간 3팀 정도는 강한 정신력과 투혼을 보여줬다.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면이 많았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빠르게 뛰는 것뿐 아니라, 판단 과정에서도 다이내믹한 면이 늘었다. 다양성도 늘었다. 각 팀이 경기 중간중간에, 그리고 경기 사이에 다양한 전술 변화를 보여줬다.”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감독 선임 과정의 어떤 단계에서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부분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은 게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산 아닐까. 지금 축구협회가 정해 둔 예산 속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 감독을 선임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독이라면 예산을 늘릴 수도 있나.
“미안하지만, 지금 내 위치에서는 예산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
-감독 선임이 당면 과제이지만, 각급 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당신의 과제다. 한국 축구를 전반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 있을 텐데, 임기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4년 반 동안 축구협회에서 일하면서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지도자 교육 시스템, 유소년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이제 이것들을 얼마나 더 발전시킬지가 중요하다. 대표팀뿐 아니라 선수 개인, 지도자 개개인도 발전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 지도자들과 팀들이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고 싶다.”
-축구협회는 2월 말까지는 새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새 감독 선임 절차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했으니, 더 늦어지게 되는가.
“축구라는 비즈니스에서 날짜를 예상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빨리빨리'(한국어로) 보다는 절차에 따라 확실한 감독 선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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