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동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의 핵심 키워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의 우수 신작 발굴을 위한 지원사업 ‘2022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작품들이 1월과 2월 관객들을 찾는다. 전통예술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 篇’, 뮤지컬 ‘앨리스’, 연극 ‘빵야’, 연극 ‘노스체’, 뮤지컬 ‘다이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이 연이어 신작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들은 다채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시대와 삶을 바라보고,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쑛스토리-모파상篇’의 박인혜 연출, ‘앨리스’ 윤상원 연출, ‘빵야’의 (주)엠비제트컴퍼니 고강민 대표, ‘노스체’ 윤상호 연출, ‘다이스’ 김주영 작가, ‘피가로의 이혼’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이 참여했다.
외국 작가의 단편소설이 우리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전통예술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 篇’은 단편소설이 가진 간결함과 형식미가 판소리 ‘대목’ 양식과 공통점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단편소설 시리즈’ 중 첫 번째 작업이다. 작품은 프랑스 대표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1880년대 단편소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각기 다른 콘셉트의 1인극으로 공연하고, 모파상이 던졌던 인간에 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
각색, 연출, 작창을 맡은 박인혜는 “가장 먼저 동시대의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 세 작품을 선택했는데 전체적 개성과 함께 무대에 올렸을 때 밸런스가 잘 맞을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선정했다”면서 “현대 우리 사회는 쉽게 유형화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모파상의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은 쉽게 재단하고 유형화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허무함과 인간의 속물근성 등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1월 28일부터 2월 26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앨리스’는 실제 나이 17살, 정신연령 5살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녀 나영이가 주인공이다. 작품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곧 어른이 되어 아빠와 이별을 해야 하는 나영이 자신의 친구 토끼 인형에게 ‘아빠와 이별하지 않고 평생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묻고 토끼가 이야기해 주는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며 시작된다.
앞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우려도 있었다. 윤상원 연출은 “사실 드라마가 방영이 되기 전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그래도 드라마의 영향을 받을까봐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데 나영이가 특별히 다른 부분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켰다”고 말했다.
(주)엠비제트컴퍼니의 연극 ‘빵야’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거대한 흐름에서 이면으로 밀려나고 이야기 속에서도 지워진 ‘낡은 장총 한 자루’로 한국의 현대사를 풀어낸 작품이다. 단지 과거를 조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자본과 필요’라는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생존 방식에 부딪히며 장총의 이야기를 ‘대형 드라마’로 집필하는 나나의 시선을 통해 역사를 ‘소비’하는 시대에 질문을 던진다.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고, 하성광, 문태유, 이진희, 정운선, 오대석, 이상은, 김세환, 김지혜, 진초록, 송영미, 최정우가 출연한다. 1월 31일부터 2월 26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엠비제트컴퍼니 고강민 대표는 “이야기는 두 줄기의 서사로 나눠진다. 장총의 위협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 이 역사로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는 나나의 이야기가 두 개의 축”이라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무대에서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이 이야기의 창작 과정을 함께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후일담이 21세기 서울을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안지환 단장은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은 ‘피가로의 결혼’을 모티브로 오늘날 현대인들의 부부관계, 남녀관계의 여러 단면을 심층적으로 다뤘다”며 “이야기 구성과 음악에서 ‘피가로의 결혼’에서 모티브를 얻어 독특한 구성으로 새롭게 창작했고, 원곡의 일부 선율을 가져왔다. 작품은 네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를 전하려는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4인극 옴니버스 형식의 오페라”라고 소개했다. 2월 3일과 4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프로젝트집단 세사람의 연극 ‘노스체’는 원전 폭발 이후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대신해 희생될 누군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재난 속에서 우리가 내디딜 수 있는 작은 걸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2월 3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다이스’는 인류 최초의 주사위를 만든 소년을 다룬다. 기원전 1184년 트로이가 함락되고 종적을 감춘 도시 퀘베이아를 배경으로 운명을 규정짓고 억압하는 성벽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아가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장우성 연출가는 주사위의 결과값이 ‘신의 의지’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만들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4인조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팝과 락 장르로 구성된 현대적인 음악이 매력 요소다.
올해로 15년을 맞이한 ‘공연예술창작산실’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쇼케이스(무대화)→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예술위원회의 대표 지원사업이다. 지난 2022년 5월, 6개 장르(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에서 총 28개 작품을 선정했고, 선정작들은 1월부터 4월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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