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후보명단 백지 만들었다" 독일인이 찾는 벤투 후임 조건
“난 독일인이다. 차기 대표팀 사령탑 국적 기준은 없으며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
마이클 뮐러(58·독일)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외국인 최초로 대표팀 감독 선임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앞서 독일 15세와 18세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그는 2018년부터 5년간 대한축구협회 지도자교육 강사와 기술발전위원장을 지냈다. 당면 과제는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물러난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을 선임하는 작업이다.
“국제적 표준에 맞춰 날 미하엘이 아닌 마이클로 불러달라”고 운을 뗀 뮐러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감독 선임 기준을 만들었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요구를 듣고 크게 5가지를 만들었다. 첫째 전문성, 둘째 감독 경험, 셋쩨 감독의 동기부여, 넷째 팀워크 능력이다. 마지막 환경적 요인인데, 한국 거주 여부 등을 감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전임 이용수 위원장 체제에서 ‘1차 후보군’을 추려 전달 받았지만 뮐러 위원장은 “리스트는 감사드리지만, 현재 백지상태에서 모든 방향을 열어 놓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타르월드컵 이전과 대회 도중에 차기 사령탑 후보에 김학범 전 한국 올림픽대표팀 감독, 최용수 강원FC 감독 뿐만 아니라 박항서 베트남 감독, 안정환 MBC 해설위원 등 국내 축구인들이 거론됐다. 벤투 감독과 코치들 사단의 연봉이 27억원~40억원 정도에 높은 편인 데 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출전권이 8장 이상으로 늘면서 예선 통과도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끌며 국민적 눈높이가 높아졌고, 국내가 아닌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외국인이 우선순위냐’는 질문에 뮐러 위원장은 “난 독일인이기에 국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방향을 열어 놓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경력이 다소 짧더라도 요즘 전술 트렌드에 능통하며, 대표 선수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의 지도를 제공할 수 있고, 적어도 벤투 시절보다 뒤로 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감독이어야 한다”며 “외국인이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구시대적이고 평판이 나쁘거나, 일정 수준의 코치를 꾸리기 어렵다면, 외국인일지라도 부적합하다. 대표팀 감독 경력이 없더라도 최근 클럽팀에서 충분한 잠재성을 보인 인물들을 물색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4년부터 17년까지 한국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체(독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1960~70년대 요한 크루이프 영상을 보여줬고, 코치도 ‘말동무’ 아르무아 한 명만 동행했다. 결국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 유력 클럽에서 높은 수준의 지도를 받고 있는 대표 선수들이 납득할만한 지도자여야 한다.
독일 출신 뮐러 위원장은 이날 “개인적인 네트워크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능한 독일과 독일계 젊은 감독들이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감독으로는 도메니코 테데스코(38·이탈리안 독일계) 전 라이프치히 감독, 제바스티안 회네스(41·독일) 전 호펜하임 감독, 펠레그리노 마타라초(46·미국) 전 슈투트가르트 감독 등이 있다. 물론 이미 유럽팀들과 링크가 있는 이들의 연봉과 조건을 맞춰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스니아 감독을 지낸 로베르트 프로시네치키(크로아티아)가 한국 언론을 통해 “한국을 맡고 싶다”고 했지만 네임밸류가 떨어진다.
대표팀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차기 감독은 4년 임기가 보장되고, 대표 선수들의 의견도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 바 있다. 뮐러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장기 계약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3월에 A매치를 앞둔 만큼, 2월 말까지 최종후보군을 추려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사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빨리빨리(한국어로)보다는 절차에 따라 확실한 선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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