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가 273만→367만원…유니클로 40% 파격 임금 인상, 왜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올해 직원 연봉을 최대 40% 인상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1일 전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전면적인 임금 인상은 지난 2000년 이후 23년 만이다.
전 세계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어서 경쟁 업체들은 놀라는 눈치다. 앞서 캐논 등 일부 일본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섰지만, 이처럼 큰 폭의 인상은 이례적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임금이 정체된 일본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닛케이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일본 내 직원 약 8400명을 대상으로 오는 3월부터 최대 약 40%의 연봉 인상을 추진한다. 정규직 임금은 물론 계약직과 아르바이트 시급 등을 포함한 전체 인건비가 약 15%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월급은 25만 5000엔(약 240만원)에서 30만 엔(약 282만원)으로 오르고, 주로 입사 1~2년차가 맡는 초임 점장의 월급은 29만 엔(약 273만원)에서 39만 엔(약 367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주요 경제 선진국 등과 일본 간 임금 격차가 있다. 세계 3위의 의류 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직원 연봉은 평균 959만 엔(약 9020만원)으로 일본 내 소매업체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다르다. 가령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미국과 유럽의 근무자를 일본에서 일하게 하려면 급여 수준을 맞춰줘야 하는데, 현재 기준이 이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전반적인 임금 수준은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 주요 도시보다도 낮다. 미국 컨설팅 업체 머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일본 기업들의 관리자 연봉은 약 9만 6000달러(약 1억 1947만원)로 약 22만 달러(약 2억 7379만원)인 미국 기업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 베이징의 주요 기업 관리자 연봉은 약 14만 달러(약 1억 7429만원)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 속에 일본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은 갈수록 더 얇아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같은 달보다 3.8% 떨어졌다. 이는 소비세율 인상(5%→8%)으로 실질임금이 대폭 줄었던 지난 2014년 5월 이후 최대폭의 감소다. 이같은 감소세는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임금 인상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이 내건 ‘인플레율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이같은 일본 정부 방침에 따라 캐논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월 7000엔(약 6만6000원) 인상한다고 밝혔고, 건설ㆍ엔니니어링 기업인 닛키홀딩스와 인터넷 쇼핑업체 쟈파넷홀딩스는 오는 4월부터 임금을 10% 올릴 계획이다.
일본 내에선 패스트리테일링의 이번 결정을 두고 “인재는 기업 성장의 요체”라는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경영철학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야나기 료헤이(柳良平) 와세다대대학원 회계연구과 객원교수는 “인건비는 회계상 비용으로 이익에 마이너스이지만, 장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비재무자본에 대한 투자”라며 “‘야나이 모델’을 회귀분석해보면 인재에 대한 10% 투자가 5년 뒤 회사의 (시가 총액 대비) 자산 가치를 14% 가까이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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