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의 <춤>을 그리며 꾸는 꿈 [그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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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옥 기자]
컬러링을 하려고 세계 명화가 프린트 되어 있는 책을 넘겨보다가 앙리 마티스의 <춤>을 발견했다. 원초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이 원무를 그리며 춤을 추고 빨강과 파랑과 녹색으로 칠해진 원색의 하모니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었다.
▲ 앙리 미티스 <춤>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1909년 그림) |
ⓒ 임명옥 |
내가 가지고 있는 컬러테라피북에 인쇄된 그림은 1910년에 그려진 <춤Ⅱ>이다. 두 개의 <춤>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우선, <춤Ⅰ>과 <춤Ⅱ>는 구도가 같다. 파란빛의 하늘과 초록빛 대지,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캔버스를 꽉 채운다.
첫 번째에 비해 두 번째 '춤'은 훨씬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고개를 더 많이 숙이고 다리의 각도는 넓어 춤에 더 집중하고 더 신명나게 움직이는 인상을 받는다. 두 번째 그림이 색감도 훨씬 강렬하다. 파랑과 초록 바탕에 빨강으로 칠해진 인물들이 더 강하고 열정적으로 보인다.
▲ 마티스의 <춤> 수채화 채색 하늘과 땅 수채화 채색 |
ⓒ 임명옥 |
나는 수채화 물감으로 하늘을 칠해본다. 맑은 하늘과 흐린 하늘, 천둥 치는 하늘과 햇빛 반짝이는 하늘, 밝은 하늘과 어두운 하늘, 무수히 많은 별빛을 담은 하늘과 달이 뜬 하늘 등 모든 하늘을 담아 코발트와 네이비를 섞어 하늘을 칠한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하늘을 날아올라 먼 우주까지 가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늘은 우리 위에서 찬란하게 반짝이길 적당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춤추는 사람들이 발 딛고 서 있는 땅은 하늘과 바람과 더불어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을 주는 대지이다. 온 산과 들에 푸르름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은혜를 베푼다. 자연의 베풂과 인간의 노동력이 결합되어 곡식이 되고 일용할 양식이 되어 우리는 그 힘으로 살아가고 문명을 이루고 기술을 진보시켰다.
대지는 너그러움 뿐만 아니라 황무지와 사막의 척박함, 동토의 혹독함까지 수없이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그럼에도 대지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는 토대이다. 어쩌면 마티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생명의 빛깔, 평화의 빛깔인 초록으로 대지의 무한한 생명력을 표현했다.
▲ 마티스 <춤> 수채화 채색 |
ⓒ 임명옥 |
그들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명예의 유무, 재산과 능력과 나이의 많고 적음을 내려놓고 이해관계조차 내려놓고 모여서 춤을 추고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쩌면 훌훌 벗어던지고 오직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흥겨운 리듬에 맞춰 혹은 진지한 음악에 감싸여 춤을 추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휘감고 있는 외적인 옷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태어날 때처럼 알몸으로 투명한 영혼으로 만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영혼들은 함께이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도 춤을 출 수 있다. 춤은 생활하는 삶의 몸짓이고 생명의 에너지가 빚어내는 조화와 평화의 몸짓이 된다.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 여럿이 하는 몸짓은 정신과 인간성의 고양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마음과 에너지가 충만한 마음은 빨강으로 표현했다.
▲ 앙리 마티스 <춤> 위는 인쇄된 마티스의 <춤>, 아래는 내가 수채화로 채색한 <춤> |
ⓒ 임명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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