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찍먹하며 "딱 제 스타일"…朴 눈물 흘린 곳, 김건희 찾았다

박태인, 김은지 2023. 1.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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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에요.”

김건희 여사가 1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납작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며 한 말이다. 김 여사는 “이런 데서는 처음 드시는 거 아니에요”라는 상인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 같이 답했다. 어묵 국물을 마실 때는 “너무 맛있는데 어떻게 만드시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개량 한복을 파는 가게에선 “대통령님이 너무 크셔서”라고 말한 뒤 웃음을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을 맛보며 상인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시장 방문 전 김 여사는 대구의 한 복지관을 방문해 어르신 배식 봉사를 했다. 서문시장에선 복지관 어르신에게 선물할 양말 300켤레를 샀다. 다른 가게에선 떡과 수세미도 샀다. 김 여사는 자신을 보러 온 수백여명의 대구 시민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대구 방문에 대해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경기 악화에 어려움을 겪는 전통 상인을 격려하려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김 여사의 일정은 단순한 민생 행보 이상의 의미와 해석을 낳았다. 보수 정치에 있어 서문시장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1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두 등 음식을 맛본 뒤 재방문을 약속하며 상인과 손을 잡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문시장은 유력 보수 정치인이 위기를 겪거나 지지세를 다질 때마다 찾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장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2월 서문시장을 방문해 눈물을 흘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지율이 20% 중반에 머물던 지난해 8월 서문시장을 찾아 “제가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시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오늘 제가 기운 받고 가겠습니다”라며 짧은 연설을 했다.

김 여사의 이날 행보엔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서문시장에 대통령 부인이 단독으로 방문했던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최근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 등 일정이 겹쳐 대구·경북(TK) 지역 방문이 다소 소홀했다”며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방문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일종의 ‘집토끼 다지기’ 성격도 있단 것이다. 김 여사가 대구를 찾은 동안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와 국방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를 하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여사는 최근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윤 대통령과 함께하거나 단독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엔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엔 자신이 몸담았던 문화예술 분야의 인사를 만나거나 직접 전시회를 찾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김 여사의 이번 방문은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과거의 대통령 부인과는 다른 파격 행보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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