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찍먹하며 "딱 제 스타일"…朴 눈물 흘린 곳, 김건희 찾았다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에요.”
김건희 여사가 1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납작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며 한 말이다. 김 여사는 “이런 데서는 처음 드시는 거 아니에요”라는 상인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 같이 답했다. 어묵 국물을 마실 때는 “너무 맛있는데 어떻게 만드시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개량 한복을 파는 가게에선 “대통령님이 너무 크셔서”라고 말한 뒤 웃음을 지었다.
시장 방문 전 김 여사는 대구의 한 복지관을 방문해 어르신 배식 봉사를 했다. 서문시장에선 복지관 어르신에게 선물할 양말 300켤레를 샀다. 다른 가게에선 떡과 수세미도 샀다. 김 여사는 자신을 보러 온 수백여명의 대구 시민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대구 방문에 대해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경기 악화에 어려움을 겪는 전통 상인을 격려하려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김 여사의 일정은 단순한 민생 행보 이상의 의미와 해석을 낳았다. 보수 정치에 있어 서문시장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서문시장은 유력 보수 정치인이 위기를 겪거나 지지세를 다질 때마다 찾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장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2월 서문시장을 방문해 눈물을 흘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지율이 20% 중반에 머물던 지난해 8월 서문시장을 찾아 “제가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시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오늘 제가 기운 받고 가겠습니다”라며 짧은 연설을 했다.
김 여사의 이날 행보엔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서문시장에 대통령 부인이 단독으로 방문했던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최근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 등 일정이 겹쳐 대구·경북(TK) 지역 방문이 다소 소홀했다”며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방문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일종의 ‘집토끼 다지기’ 성격도 있단 것이다. 김 여사가 대구를 찾은 동안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와 국방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여사는 최근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윤 대통령과 함께하거나 단독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난해엔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엔 자신이 몸담았던 문화예술 분야의 인사를 만나거나 직접 전시회를 찾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김 여사의 이번 방문은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과거의 대통령 부인과는 다른 파격 행보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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