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이냐, 정당방위냐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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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호는 1952년 4월 24일, 다음날 실시되는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귀향길에 올랐다.
그를 살해하려는 검은 그림자가 뒤를 캐고, 장택상의 피신 권고가 있었던 터라 지방 출장을 자제하라는 동료의원들의 만류에도 중대한 선거를 외면할 수 없어서 나섰던 길이다.
이렇게 타이르려 들었지만 청년은 몇 발작 뒤로 물러서는 듯 하더니 권총으로 서 의원을 겨누고 있지 않은가.
서민호는 다음날(4월 25일) 오전 순천지청에 자진출두하여 사건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그 자리에서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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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서민호는 1952년 4월 24일, 다음날 실시되는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귀향길에 올랐다. 몇 몇 도시에서 시국강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당국의 방해로 모두 취소되었다. 이날 오후 6시경 수행원들과 순천에 도착하여 평화관이란 식당에 들렀다.
수행원은 국회내무치안 전문위원 김진동, 서민호의 장남 서원룡 경사와 김치중·이종석 두 순경 그리고 이 자리에는 순천우체국장 한상휴, 승주군수 이판호, 순천유지 이해필·황재수 외에 식당여성 2명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어 경호관련 4인은 별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서민호의 생애를 두고 가장 힘겨운 그리고 한국정치사에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를 살해하려는 검은 그림자가 뒤를 캐고, 장택상의 피신 권고가 있었던 터라 지방 출장을 자제하라는 동료의원들의 만류에도 중대한 선거를 외면할 수 없어서 나섰던 길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가기 시작했다. 이 날 밤 8시 50분부터 9시 사이에 예기치 않던 사건이 폭발하고 말았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서 의원 일행이 있는 방을 기웃거리는 순간, 호위가 소리쳤다.
"거 누구요?"
"나는 군인이요!"
퉁명스런 대답. 별실에서 뛰어나온 김 순경이 "군인이면 군인이지 남의 방을 들여다보는 것은 뭐요? 남의 얘기 엿들을 필요가 어디 있소? 나가시오"라고 꾸짖으려 한즉 괴한은 "너는 대체 누구냐? 용무가 있어서 여기 왔는데 오라 가라 할게 뭐냐?" 이렇게 응수한다.
"나는 서민호 국회의원의 수행원이다. 아닌 밤중에 용무는 무슨 용무냐?"
괴한도 이제 핏대를 세워
"뭐라구! 국회의원이면 제일이냐? 사람 찾느라고 방 좀 들여다 보는 것이 그렇게 잘못이냐? 넌 우리가 누군지 알고서 그러느냐?"고 하면서 서로 언쟁 끝에 멱살을 붙잡고 싸움이 벌어지는 순간 서 경사와 다른 경호원이 가담하여 싸움이 붙었다.
온 집안의 공기가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침내 서민호 의원이 나와
"왜들 그렇게 싸우는가? 조용히들 하시요"라고 말하자 어둠 속에서 괴한은
"당신은 누구요?"
"나 서민호다."
"잘 만났다. 나오라, 쏜다."
격분한 군복 차림의 청년이 소리치며 달려들 기세다. 이에 서 의원은
"젊은 군인이 왜 그러시오. 참으시오."
이렇게 타이르려 들었지만 청년은 몇 발작 뒤로 물러서는 듯 하더니 권총으로 서 의원을 겨누고 있지 않은가. 사태가 긴박해짐을 직감하고 방안에 있던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서 의원을 방으로 재빨리 부축한 순간 괴한이 겨눈 45구경 권총에 모두들 피신을 하였는데 홧김에 군복 청년이 방바닥에 "탕!" 한 방을 쏘고 밖을 나갈 때 서 의원이 "총을 쏘지 말라고!" 소리치자 괴한은 서 의원을 향하여 "탕!"
이렇게 또 한 방의 총소리가 울렸다. 생명에의 절박함을 느낀 서 의원은 휴대하고 있던 모젤 권총을 꺼내어 군복차림의 습격자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몇 발의 총소리와 함께 사나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최후의 안간힘으로 쏘아대는 청년의 연발 총소리가 났지만 서의원은 맞지 않았다. (주석 1)
사망한 군복의 청년은 전남 병사구사령부 소속의 군의관으로 27세의 육군 대위였다. 얼마 뒤 특무대장이 10여 명의 대원을 대동하고 달려오고 현장에서 서 경사와 이 순경을 체포하고, 서 의원이 가해자임을 알고 군경합동수사대에서 비상경계를 선포한 데 이어 김 순경을 구속했다.
서민호는 다음날(4월 25일) 오전 순천지청에 자진출두하여 사건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그 자리에서 구속되었다. 자수했는데도 당국은 도주하는 것을 체포한 것처럼 발표하고 언론은 그대로 보도했다.
평화관 식당의 종업원에게 거짓 증언을 시키기도 하였다. 정당방위라는 진술은 자취를 감추고, 사건은 국회의원이 요리집에서 검문하는 현역 육군 장교를 죽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와 수행원·지방유지 등 9명은 부산지검으로 압송, 구금되었다가 동대신동부산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이 사건은 정계에 태풍의 눈으로 번졌다.
주석
1> <순천 평화관사건>, <해방 20년 기록편·자료편>, 594쪽, 세문사,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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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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