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르면 죄인"…정유사 도매가 공개하라
[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울했던 정유사들의 분위기가 새해 들어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정제마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건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올해 정유사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2월 넷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9월 셋째주 0달러를 기록하면서 확 꺾인 이후에 계속해서 오름세인데요.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의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수송비 등을 뺀 금액을 뜻합니다.
마진이 높을 수록 당연히 정유사의 이익이 늘겠죠.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이익이 나는 것으로 보는데 현재 안정화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유가가 높아야 이런 정제마진 강세가 유지될텐데요.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올해부터 재매입할 계획이라서 70달러 선인 지금이 바닥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정유사들은 유가도 오르고 정제마진도 커지니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실적 개선을 기대할 것 같은데, 정부가 기름값 규제를 추진 중이라고요?
<기자>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핵심은 정유사의 휘발유, 경유 등의 정보 공개와 보고 범위를 확대하는 겁니다.
지금은 전국 평균 도매가만 공개하는데, 이를 세분화해서 대리점과 주유소 등 판매 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시행령을 개정하는 이유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기름값이 여전히 높다는 건데요.
정부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정유사나 주유소의 마진으로 흡수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2021년, 2022년 유류세를 깎았을 때,
그 이상으로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많아야 20%였습니다. 10곳 중 8곳은 그 혜택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정유사 입장에선 영업기밀을 공개하는 것과 같을 텐데 반발하겠죠?
<기자>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3개 단체는 "유류세 인하분은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모두 가격에 반영됐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다"며 "오히려 가격의 상향 동조화를 부를 것이다"고 반발하는데요.
경쟁사의 가격 정책을 분석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한 곳이 올리면 다른 곳들도 따라서 올리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조치는 2011년에도 추진된 바 있지만 업계 반발로 철회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도 강경한 입장입니다.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산업부와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요.
산업부의 심의는 이미 마친 상태로 이달 중에 총리실 규개위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도매가 공개가 추진되면 기업들의 영업 활동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유가 하락으로 잦아들었던 횡재세 도입도 재점화되고 있다는데 맞습니까?
<기자>
지난 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사의 `성과상여금 잔치`를 지적하면서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횡재세란 말 그대로 운 좋게 얻은 이익에 세금을 추가로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말합니다.
정유사가 노력이 아닌 운, 그러니까 국제유가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겁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모든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1,000%를 지급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다른 정유사도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인데요.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들 성과급 역시 최소 지난해 이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유가나 정제마진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변수로 이윤이 늘었다고 세율을 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손실을 봤을 때도 보전해줬냐,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앵커>
정부나 정치권에서 `정유사 때리기`에 나선 건데, 정부가 규제하면 기름값이 안정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정유사 입장에서 이익이 늘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생산이나 투자를 줄이려고 하겠죠. 기름값을 올리는 악순환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정유사의 이익은 내수보다는 주로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반도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9.2%를 차지합니다.
정치권 압박과 세계적인 탄소중립 등으로 안팎으로 곤혹수러운 정유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석유에서 손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하는 거고요.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수소 사업에, GS칼텍스 역시 CCUS, 탄소 포집 사업에 돌입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식물 자원을 원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데요. 신사업이 성과를 보이는 시점에 기업공개, 즉 IPO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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