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中관리 '푸틴 미쳤다' 신랄 비판…러와 거리두기 나설 것"

박소영 2023. 1. 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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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러시아와 경제·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관계 강화에 나섰던 중국이, 최근 양국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점점 쇠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9월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푸틴 불신 커져…러 관계 재평가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우며, 향후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경제·외교적으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어 ‘약소국(minor power)’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그간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가 주는 이점에 대해 재고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악화한 유럽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유제 중국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외교적으로 서방의 모든 국가와 경쟁하길 원하지 않고, 다자외교 무대에서 고립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할 이점이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 중국 관리는 FT에 “푸틴은 미쳤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을 정도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결정하고도, 사전에 중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불신이 싹텄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전면 침공이 아닌 제한적인 군사 개입을 할 것으로 여겼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은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거론됐던 러위청(樂玉成) 전 외교부 부부장을 돌연 중국의 방송규제 당국인 국가광전총국 부국장으로 강등시켰는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위청은 중국 외교부 내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FT는 중국의 행보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한통속으로 묶이는 것을 막고 서방과 가까워지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서방에 적대감 낮춰…유럽 관계 회복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해 11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은 러시아와 차츰 거리를 둠과 동시에, 서방에 관계 회복에 대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간 미국 등 서방에 유독 강경한 발언을 했던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공식 대변인이 최근 영토·해양 영유권 분쟁을 관할하는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홍콩침례대학의 장 피에르 카베스탄 정치학 명예교수는 “중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인 선진국들이 자국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베트남 등 미국과 친밀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열심히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서 유용한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일례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맡아 유럽에 호감을 사는 식이다.

중국과 유럽의 관계가 다소 개선됐다는 신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2월엔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이 방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초 방중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중국과의 관계 단절)은 없다”고 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푸단대 유럽연구센터의 딩춘(丁純) 소장은 “유럽은 미국과 달리, 중국과의 분리를 옹호하지 않고 전략적 독립을 추구해 중국과의 관계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면서 “다만 이 관계가 얼마나 진전될지는 미지수이며,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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