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의학의 대가…국내 최초 골프클리닉 서경묵 센터장
십 수 년, 아니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는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소위 운동을 나간다는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던 시절. 하물며 골프와 관련된 의학은 제대로 다뤄지기가 어려웠다.
20년 전, 국내로 ‘골프 의학’이라는 학문을 처음으로 들여온 서경묵(66) 중앙대병원 명예교수는 “2003년 대한골프의학회를 처음 만들려고 하니까 주위에서 간곡히 만류했다. ‘골프’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테니 그냥 대한스포츠의학회로 이름을 바꾸라고 말이다. 지금 골프를 시작하는 MZ세대가 들으면 기가 막힐 일 아니겠는가”라며 멋쩍게 웃었다.
골프 의학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서 교수를 최근 서울부민병원에서 만났다. 32년간 일한 중앙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뒤 지난해 11월 이곳 스포츠재활센터장으로 부임한 서 교수는 “프로골퍼는 물론 많은 아마추어들은 몸이 이곳저곳 아파도 으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그러나 작은 통증 하나가 훗날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잘 고치면 골프 실력 향상에는 더없이 도움이 된다. 그동안 골프 의학을 연구하며 얻은 노하우를 골퍼들에게 전하기 위해 센터장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골프 전문’ 의학 클리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스포츠재활센터는 각종 최신식 장비들로 가득했다. 족히 기천만 원은 하는 센서와 데이터 기계를 살펴보던 서 교수는 “대학병원에서도 갖추기 힘든 장비들이다. 설치에만 몇 억 원이 들었고, 유지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원장님께 ‘스포츠재활센터로 돈 버실 생각은 하지 마시라’고 엄포를 놓았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이곳 스포츠재활센터 한쪽에는 일반 스크린골프장과 흡사한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골프 재활을 원하는 환자는 온 몸은 물론 클럽에도 센서를 부착한 뒤 직접 스윙을 한다. 몇 차례 테스트가 끝나면 최신식 프로그램은 환자의 스윙 궤적을 초정밀 프레임 단위로 분석한다. 또, 로리 매킬로이나 박성현 등 원하는 프로골퍼와 비교도 바로 가능하다. 자신의 백스윙이 어디에서 잘못됐고, 임팩트 순간 어떤 점이 부족한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한 부류는 골프를 하면서 통증을 느끼는 이들이고, 또 다른 쪽은 수술 후 재활을 진행하는 이들이다. 서 교수는 “스윙을 분석하면 부상의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의료진도 해당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큰 수술을 받고 나면 1년 내 복귀 확률을 70%로 잡는다. 이 말은 곧 20~30%는 재활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모두가 타이거 우즈처럼 빨리 복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스포츠재활센터를 통해 ‘리턴 투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군의관으로 일하던 1980년대 말 처음으로 클럽을 잡았다. 그렇게 취미가 된 골프가 직업으로 다가온 때는 2000년이었다. 미국 연수 시절 참가한 학술대회에서 대다수 의사들이 오전에는 포럼을 열고, 오후에는 샷건 경기를 하는 장면을 보고 국내에도 이러한 학술대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포럼이 바로 대한골프의학회다.
이후 20년 넘게 골프 의학의 대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 교수는 “이제는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그만큼 동호인들도 늘어나고, 어린 친구들도 골프를 많이 접하고 있다”면서 “골프는 안전하면서도 부상 위험이 큰 스포츠다. 앞으로는 일반 동호인들이 건강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어린 선수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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