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프리마돈나에서 무대 아래 경영자로 더 바빴죠

김희윤 2023. 1. 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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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일종의 무덤이다. 극장은 객석과 무대가 나누어져 있지만, 어느 순간 객석 역시 무대의 일부라고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무대 중앙이나 앞쪽 객석에 앉아 있을 때 무대 혹은 스크린이라는 거대한 눈이 이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다. 객석에서조차 삶의 연기는 계속된다. 무대와 스크린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 너머의 세계를 상연한다."

'장소의 연인들'이란 책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극장의 무대를 두고 내세의 공간이자 삶 너머의 세계가 상연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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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인터뷰
취임 1년 후원 700%·유료회원 68% 성장
"관객의 감상 지평 넓히는 다양한 무대 선보일 것"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극장은 일종의 무덤이다. 극장은 객석과 무대가 나누어져 있지만, 어느 순간 객석 역시 무대의 일부라고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무대 중앙이나 앞쪽 객석에 앉아 있을 때 무대 혹은 스크린이라는 거대한 눈이 이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다. 객석에서조차 삶의 연기는 계속된다. 무대와 스크린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 너머의 세계를 상연한다.”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허영한 기자 younghan@

‘장소의 연인들’이란 책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극장의 무대를 두고 내세의 공간이자 삶 너머의 세계가 상연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무대 위 프리마돈나에서 무대 아래 악단을 이끄는 경영자로 변모한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의 지난 1년의 행보에는 극장이 품은 내세와 현세를 오가는 도전의 무게가 느껴진다. 무대에서도 안 쉬던 목이 퇴근 무렵에는 늘 잠겨있을 만큼 회의와 후원유치, 미팅을 이어가는 그는 악단의 환경개선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취임 1년 차, 최 대표가 악단을 맡으면서 후원회는 전년 대비 700%, 유료회원은 67.98%가 성장했다. 티켓 수입은 52.62% 증가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38년 역사의 악단이 보다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은.

▲지난해 1월 11일 임명됐고 일주일도 안 돼 신년 음악회 공연을 올렸다. 부지런히 업무 파악하는 사이 3월 악단 명칭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변경됐고, 덕분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악단 명칭에 국립이 명시되면서 정체성은 강해졌지만 그만큼 무거워진 책임감도 느낀다.

-국립 단체의 위상에 맞는 역량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먼저 악단 내부 의견 청취에 나섰다. 단원 개개인을 면담하고, 파트별 고충을 직접 경청하면서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한 해 1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리는 악단에 단원이 74명이다 보니 누적된 피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완화하고자 인력 충원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단원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발족해 실제 행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상호 의견을 나누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악단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정책 결정권자를 만나고, 국회의원들을 찾아가고, 후원 기업을 물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2 KNSO 국립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취임연주회 [사진제공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임명 당시 성악가 출신의 오케스트라 대표로 우려의 시선이 이어졌는데.

▲종전까지는 행정가가 맡던 자리에 성악가 출신의 수장이 왔으니 우려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오페라 전문가수로 활동하면서 내게 오케스트라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이었다. 무대 위에선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이겨내고 내 소리를 관객에게 전하려는 욕심이 강했었다. 합창단원 생활을 13년 정도 하면서 어느새 무대 위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보단 주장하면 믿고 양보하는 이해를 통해 함께 선율을 만드는 음악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런 경험 속에서 단원과 경영진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지금 단원들의 피로감과 애로사항을 섬세하게 캐치하게 됐다. 또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면서 티켓 판매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이해한 경험은 경영적 측면에서 수익 다각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엔 예술감독인 다비트 라일란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라일란트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사람’이라 칭하고 싶다.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음악 외에도 미술, 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관심사와 그 깊이에 대화를 나눌 때마다 매료된달까.(웃음) 올해 시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도 라일란트는 팬데믹과 전쟁으로 대전환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적개심과 분노 너머의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전하자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안했다. 무수한 예술가들의 창작욕을 자극한 이 작품을 각각의 방식으로 펼쳐낸 베를리오즈, 프로코피예프,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3색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세 작곡가의 음악적 개성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관객의 감상 지평을 한층 넓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정숙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가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음악당이 보이는 집무실 테라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올해 프로그램에서 주목하는 작품들은.

▲하나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8번의 무대, 24곡의 프로그램이 빠짐없이 매력적이다. 앞서 언급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대중부터 마니아까지 아우른 폭넓은 기획에 초점을 맞췄다. 2021년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10위에 오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부터 영화 ‘암살’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브람스 탄생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주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서 실연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 엘가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백,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올해 무대에서 선보이고자 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올 한해 비전과 계획을 소개한다면.

▲지난해 말 영상 콘텐츠 계약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하게 된 영상 콘텐츠지만 향후 지속해서 주목할 분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첫 운영을 마친 지휘자워크숍과 상주작곡가 제도는 올해 더욱 확대해 젊은 음악가의 발굴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특히 국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오케스트라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해 프랑스와 미국 등 29개국에서 109명의 해외 클래식 유망주들이 지원하는 등 큰 반응을 체감했다. 이들에게 합주 능력 강화와 더불어 어디서도 배울 수 없던 무대 밖 비즈니스 노하우까지 전달하는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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