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첫 '비영어 영화상' 도전 아쉽게 실패한 '헤어질 결심'의 다음 행보는?
3년 전, 영화 〈기생충〉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비영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당시 소감, 기억하시나요?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단 하나의 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영화'다"라고 그는 세계의 관객들에게 선포하듯 말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 수상 소감은 골든글로브의 보수성을 우아하게 꼬집은 농담 같았습니다. 〈기생충〉은 후보로 지명된 거의 모든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지만, 골든글로브의 작품상 후보엔 오르지 못했죠.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없었거든요. 비슷하게 억울한 예시로 2021년 제78회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을 탄 〈미나리〉를 들 수 있겠군요. 명백한 미국 영화지만,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였다는 이유로 최고상 격인 작품상과는 멀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언어의 '1인치' 장벽을 넘기 위한 도전은 이어졌습니다. 2022년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TV부문에서 주요상에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을 탔고요. 그리고 2023년, 박찬욱 감독과 〈헤어질 결심〉이 다시 제80회 골든글로브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이미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논란으로 주요 인사들의 보이콧 세례를 받았던 골든글로브는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을 '비영어 영화상'으로 바꿨는데, 〈헤어질 결심〉은 이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헤어질 결심〉이 경쟁한 작품들도 쟁쟁합니다. 〈클로즈〉,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아르헨티나, 1985〉,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 등이 올해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 후보입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경쟁자는 〈RRR〉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였고요.
아쉽지만 〈헤어질 결심〉은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비영어 영화상(Best Motion Picture – Non-English Language)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어요. 수상의 영예는 〈아르헨티나, 1985〉가 차지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후보작 심포지움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현대에 만들어진 사랑에 관한 영화들은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아주 대담하다"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고요. 골든글로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헤어질 결심〉이 감독의 의도대로 서래(탕웨이)와 해준(박해일)가 나눈 미완의 사랑을 탁월하게 그려낸 것만은 확실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1차 후보로도 지명됐는데요.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