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할 결심 이렇게 안되나"..김진표, 헌법에 국회 예산권 확대 시사(종합)
"개헌, 내각제 아닌 국민통합적 개헌해야"
野 본회의 소집 요구에도 "여야 협의따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박준이 기자]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중대선거구제’ 개편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린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에 이어 개헌까지 꺼내 들며 정치개혁에 닻을 올렸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위원회까지 출범해 선거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3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 방안이 내년 4월 총선부터 적용되도록 하려면 1년 전인 오는 4월10일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시한이 3개월 남은 데다, 한 지역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여야뿐만 아니라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차가 갈라지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 의장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정치관계법부터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면서 선거법 개정을 시한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다가오는 총선을 진영정치, 팬덤정치를 종식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향후 선거법 개정을 공론화함으로써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개헌 논의도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지난 9일에는 국회의장 직속의 ‘개헌자문위원회’까지 출범됨에 따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추후에는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개헌특위가 발족하면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참여형 개헌에 본격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장이라는 역할을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직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을 제 20년 정치 인생의 소명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예산 갈등, 대안 개헌에 반영해야
그는 모두발언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 추진 로드맵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들로선 당장 3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을 확정지어야 하니 지금 정개특위는 선거법 개정 중심으로 복수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개헌 자문위는 전반적인 개헌 논의를 국민들이 공론화 과정에서 수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헌에 대해서도 구체화된 안을 제시했다. 그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 많은 국민들이 내각제로 가려는 걸로 오해하는 분들이 꽤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국민통합적 개헌'이어야 한다. 개헌특위 창설과 함께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헌법개정 국민 참여단을 구성해서 숙의 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해 국민 여론을 폭 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제 4년 중임제를 하고, 다만 국무총리 임면권을 국회에 권한을 더 주고, 국회 고유의 입법권·예산심의권·조약심의권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실질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난해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대치를 이어온 점을 지적하면서 의장으로서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극장가에서는 '헤어질 결심'이 큰 호응을 받았다는데 여야는 '합의할 결심'을 이렇게 못하는구나 싶었다"며 "5억 중 얼마를 삭감할지를 놓고 여야의 정치적 입장 차이,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 2주나 민생과 관련된 639조 예산 처리를 늦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 기한 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개헌할 때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날 야당이 국회의장에 긴급 현안 질문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데 대해선 "이때까지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는 여야 합의해 처리하는 관행 있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 여야 원대 간에는 국방위를 공청회로 소집하는 방법, 또는 국방위, 운영위 연석회의로 운영하는 방법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야 협의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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