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여행" 버스 대절해 폭도 집결…퇴원한 보우소나루 "귀국 앞당길것"
'브라질판 1·6사태'로 불리는 '대선 불복' 무력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기업인들에 대한 브라질 수사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날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장관은 "수사관들이 이번 폭동에 자금을 댄 혐의를 받는 몇몇 기업의 임원을 확인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인들은 무력 시위가 일어나기 며칠 전 "브라질리아로 무료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어 버스를 대절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은 사실도 확인됐다.
WP는 "버스 대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급진적인 지지자들을 브라질 전역에서 브라질리아로 이송하기 위함이었다"면서 "보우소나루의 지지 세력은 남부·중서부 부유한 농민,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지역 상인들이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과거 보우소나루 선거 캠프의 재정 후원자는 대부분 농민들이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콩·커피·설탕 수출국이며, 농업이 국내 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CNN 브라질은 "검찰이 폭도들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회사 100곳 이상을 확인했으며 이들 자산 봉쇄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명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해 10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며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
지누 법무장관은 이번 사태를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한 '1·6 사태'와 비교했다. 그는 "브라질은 미국보다 경찰 대응이 빨라 사망자도 없고 더 많은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군·경이 체포한 시위 가담자는 1500여 명이다. 브라질 경찰은 체포된 이들을 경찰 체육관에 구금하고 범죄 혐의점을 조사하고 있다.
AP통신은 시위대가 SNS에서 고속도로와 정유소를 막아 경제 혼란을 일으키려는 계획까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송전탑 2개가 붕괴한 일이 이번 폭동과 관련 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브라질에서는 폭도는 물론, 폭동을 후원하거나 조직에 관여한 자는 3년 이하 징역형을, 민주주의 전복을 꾀한 범죄자는 8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현지 매체 AOL에 따르면 쿠데타는 최대 12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시위의 배후로 지목되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현재 올랜도에 위치한 리유니언의 앙코르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해당 숙소는 브라질 종합격투기 선수인 호세 알도의 소유로 알려졌다. WP는 보우소나루가 현지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KFC에서 혼자 밥을 먹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는 복부 자상 합병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10일 퇴원했다. 보우소나루는 CNN과 인터뷰에서 "당초 1월 말까지 (미국에) 머물려 했지만, 브라질로 돌아가 그곳에서 치료받을 생각이다"며 귀국 의사를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우소나루가 귀국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브라질 검찰이 이번 폭동과 관련해, 보우소나루의 재산 동결을 모색 중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10일 연방 법정에 그의 재산 압류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관계자들은 "이번 폭동으로 파손된 공공 재산을 복구하는데 (보우소나루의) 돈이 쓰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보우소나루와 측근들은 이번 대선 불복 시위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책임 있는 사람은 최대한 처벌받아야 하지만, 침묵한 채 상처 치유에 전념하고 있는 아버지의 이름을 폭동과 연관지어선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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