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으로 심화된 韓·中 방역갈등

베이징=김현정 2023. 1. 1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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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국민 단기 비자 발급 전면 중단
韓, 방역강화 따른 보복성 조치 인정
특정국 명시 이례적…장기화 땐 외교갈등 비화
中 코로나 상황 개선 땐 관련 지침 완화될 듯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방역 보복’에 나섰다. 양국의 조치가 길어질 경우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 등 방역 상황에 따라 관련 방침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10일 중국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이날부터 주한중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 무역, 관광, 의료,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의 중국 방문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 비자센터에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발급이 중단된 비자는 상무(M, F), 가족 방문(S2) 관련 비자다. S2 비자는 취업(Z)이나 장기유학(X1)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가족에게 발급된다. 이번 조치와 무관하게 관광(L) 관련 비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재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中 외교부도 인정한 보복성 조치

이번 결정은 한국의 방역 기준 강화에 따른 보복성 대응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자 발급 중단 배경에 대해 "소수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감염병 발생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에 결연히 반대하고 대등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최대한 성의를 갖고 관련 국가와 충분히 소통했고 방역 상황과 감염병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며 "우리는 관련 국가들이 사실에서 출발해 과학적이고 적절한 방역 조처를 할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적 농간을 부려서는 안 되고 차별적인 방법이 없어야 하며 국가 간 정상적인 인적교류와 교류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한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의무화와 함께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 항공편 추가 증편 제한 등 조처를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정치적 농간’이자 ‘차별’로 규정하고, 비자 발급을 막는 맞불 작전을 놓은 것이다.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도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측의 방역 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강 외교부장은 한국의 검역 강화 방안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객관적이고 과학적 태도를 견지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같은 날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행 비자 수속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일본 중국대사관은 이날 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늘부터 일본 국민에 대한 중국 일반 사증(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다"며 "재개에 대해서는 재차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비자는 외교, 공무, 예우 비자를 제외한 비자를 의미하는데, ‘단기 비자’를 중단한 한국에 비해 중단 범위가 더 포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은 항의하면서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 대한 유사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이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11일 서울 중구 중국비자발급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이 비자 발급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비자發 갈등, 장기화할까

양국을 오가는 국민들의 발을 묶게 된 ‘비자 발급’ 보복 조치는 장기화할 경우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이나 중국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사례는 있지만, 특정 국가만을 그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주중 한국 대사관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26일 중국 정부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을 잠정 중단(3월28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해 4월 9일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제한(4월1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양국의 방역 관련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와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였던 만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경우 자연히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앞선 방역 조치를 올해 1월31일까지 한 달간으로 적시해 발표했다. 추후 상황에 따라 발급 제한 기간이 연장될 수도, 중단될 수도 있다고도 부연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단기 비자 발급 조처를 발표하면서 "이 사항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과거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렸던 사태와 이번 방역 갈등을 견줘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비자 발급 중단 결정은 2017년 사드 배치 합의 이후 중국이 한국과의 교역을 대폭 축소했던 일을 소환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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