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비민주적인 민주국가

2023. 1. 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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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열들의 온갖 투쟁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자력으로 이루지 못한 후과(後果)를 아직도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국가일까?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등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있으니 민주적인 제도는 갖추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우리 국가와 사회가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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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일제 강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열들의 온갖 투쟁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자력으로 이루지 못한 후과(後果)를 아직도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요즈음 재평가 움직임이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으로 반쪽이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3선 개헌으로 이어지며 이 땅에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5·16으로 등장한 박정희 정권과 10·26 이후 등장한 신군부에 의해 군사독재가 이어지며 민주공화국 헌법은 지속해서 유린당했다. 이 기간이 소위 민주화를 위한 저항의 세월이며 그 결과 1987년에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그 기간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사람들을 민주화 유공자라 하며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 시간에 이룩한 유일한 국가라고 한다.

민주화를 쟁취했다고 하는 87 체제로 35년을 이어 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국가일까?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등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있으니 민주적인 제도는 갖추고 있다 할 수 있다. 국민의 대표를 국민이 선택하니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들이 행사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우리 국가와 사회가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선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 권력과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의회 권력이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뜻을 안 듣는 것도 문제이지만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일부 국민의 뜻만 듣는 것 또한 문제다.

대통령은 제왕적이며, 그의 한마디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며 토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너무도 중요한 결정을 어느 국민을 말하는지 ‘국민의 뜻’이라면서도 국민의 뜻과는 너무 멀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일쑤다. 민의를 살핀다며 여기저기 다니지만, 홍보용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국회는 어떤 모습인가. 공중부양 같은 폭행을 방지한다며 선진화법을 만들더니 이제 다수의 힘으로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종적으로는 다수의 의사에 의해 결정하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듣고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꼼수, 반칙, 변칙, 몰염치, 특권, 내로남불이 판치는 우리의 국회를 보고 민주국가의 의회라고 당당히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정치권이 이러하니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생전에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정치를 하든지,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다 몰아내든지 해야 할 판이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공공, 민간 가릴 것 없이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는 민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극심한 수직 문화에 상명하복의 풍토가 뿌리내리고 있으며, 민주적인 토론은 찾을 수 없다. 일의 책임과 권한으로 구분돼 있을 뿐인 직급이 신분화돼 비민주적이다.

교육 현장 또한 민주적인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 또한 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와 혁신을 외쳐도 그 길이 먼 것은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비민주성에 기인한다. 민주적인 제도를 위해 민주화 운동을 했듯이 민주주의 철학과 이념에 맞도록 탈바꿈하기 위한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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