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배당 아낀다고 기업이 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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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일 국내 금융지주사의 만성적 저평가를 지적하며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불만을 제기한 대로 한국 기업은 배당에 인색한 편이다.
본지가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3년(2019~2021년)간 평균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을 분석한 결과, 고배당주로 불리는 기준인 5%가 넘는 기업은 9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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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꼴찌’ 불명예 벗고
증시 부진기 주주친화 경영을
[아시아경제 남승률 기자]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일 국내 금융지주사의 만성적 저평가를 지적하며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JB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 7곳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일주일이 지난 9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다시 나섰다. 이창환 대표는 이날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 결의에서 자본 배치 정책을 바꾸고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대상은 일주일 전과 같았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불만을 제기한 대로 한국 기업은 배당에 인색한 편이다. 본지가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3년(2019~2021년)간 평균 배당수익률(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을 분석한 결과, 고배당주로 불리는 기준인 5%가 넘는 기업은 9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가 7곳이었고, 그중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동’ 대상이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도 19.14%에 불과했다. 영국(48.23%)·독일(41.14%)·프랑스(39.17%)·미국(37.27%)·중국(35.01)·일본(27.73) 등보다 현저히 낮아 ‘배당 꼴찌’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만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올해는 배당이 예년보다 더 감소할 확률이 높다. 특히 요즘 같이 불황인 시기에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현금을 배당금 지급에 많이 쓰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개발시대 논리도 잘 먹힌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건전성’이 배당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목소리도 크다.
성장 단계의 기업이라면 몰라도 성숙 단계의 기업이라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다수 미국 기업은 주주친화적 경영을 한다. 특히 장기간 꾸준히 배당을 하면서, 해마다 배당금을 늘리는 기업이 많다. 10년 이상은 배당 성취자, 25년 이상은 배당 귀족, 50년 이상은 배당 왕으로 불린다. 특히 지난해 기준 40개에 이르는 배당 왕은 거의 모두 S&P500 지수에 포함된 안정적인 회사였다. 게다가 이들의 주가는 긴 세월 배당 기간 동안 중간중간 출렁이면서도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배당금을 아낀다고 기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배당금 감소가 이익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리서치 어필리에이트의 창업자 로버트 아노트도 배당금을 줄인다고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가속화하진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적자를 낸 기업이거나 오너에게 이익을 몰아주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배당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요즘처럼 증시가 부진할 때는 주주친화적 경영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배당제도 개편에 나선 금융당국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싶다. 금융당국은 ‘깜깜이 배당’이 배당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보고 ‘선 배당금 결정, 후 주주 확정’으로 배당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 부실 우려가 큰 시점이라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다만 평소 지도 또는 조율이란 명목으로 금융회사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해온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치우친 소극적인 모습이다. 배당 활성화를 기대한다면 배당성향을 높이도록 지도 또는 조율하는 게 지름길 아닐까.
남승률 증권자본시장 부장 nam9115@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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