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우크라이나 최초 입국’ 곽상은 SBS 기자 “현실 잊히지 않았으면 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일 새벽에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는 새해를 반기는 환호가 아닌, 폭발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앞서 우크라이나에 최초로 입국한 한국 언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곽상은 기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다시 키이우에를 찾아 그곳의 참상을 전달했다. 이번에도 한국 언론 최초였다. 영상 담당 직원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은 곽 기자는 그곳에서 직접 새해 직전 있었던 공습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난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1달째에 접어들면서 해를 넘겼다. 2022년 발생한 국제뉴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동시에 2023년에도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에, 연말연시를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다시 한번 현장 취재하기로 했고, 영상 담당 직원과 함께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8일간을 그곳에 머물렀는데, 그 사이 거의 매일 공습경보가 울렸고 그중 절반 이상은 엄청난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위험을 무릅쓰고 당시 상황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법도 했다. 그러나 곽 기자는 그곳의 모습,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말을 직접 담고자 폭발음이 이어지는 순간에도 대피 직전까지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곽 기자도 그들과 함께 참담함을 느꼈다.
“2022년 마지막 날 공습경보가 울릴 당시 저희 취재진은 키이우의 한 광장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는데, 공습경보가 울리더니 폭발음이 들렸다. 진행 중인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위해 몇 분 더 광장에 머물렀는데, 폭발음이 점점 더 커지고 간격도 점점 더 짧아졌다. 결국 인터뷰를 중단하고, 저희 취재진도 가장 가까운 지하공간을 찾아 근처 카페로 대피를 진행했다. 공습 때는 방공호나 지하철역은 물론 지하 공간 어디나 임시 대피소가 되는데, 저희가 몸을 피한 지하 카페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 있는 상태였다. 그곳에서 공습경보 상황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한 여성분이 눈물을 터뜨렸고 이어 그 여성분의 4-5살 정도 된 어린 아들까지 울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엄마가 ‘괜찮아. 엄마도 이제 안 울 거야. 다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를 달래는 모습이 우크라이나인들의 현 상황과 맞물려 쉽게 잊히지 않는다.”
시내 호텔까지 무너질 정도로 큰 폭발이 있었고, 이에 민간인은 물론, 기자들이 부상을 입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곽 기자는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에 대해 덧붙이면서 안타까움을 거듭 강조했다.
“12월 31일 있었던 공습으로 시내 호텔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굉장히 큰 폭발이었다. 현장을 보면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 발생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 호텔은 외국 기자들이 자주 애용하는 호텔 중 하나였는데, 당시 부상을 입은 일본 기자도 이 호텔에 묵고 있었다. 저희 취재진도 숙박을 검토했던 호텔 중 하나였던 터라 더욱 놀라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 곽 기자가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은 이유는 기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지난 3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현장을 찾아 보도를 했던 만큼, 더욱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2022년 발생한 국제뉴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동시에 2023년에도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에, 연말연시를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다시 한번 현장 취재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현장 취재를 진행한 이후 우크라이나전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봐 온 데다 지난해 7월부터는 파리 주재 특파원으로 유럽 지역 취재를 담당하고 있어, 더욱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에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도본부 차원에서 우리 기자를 파견해 현장 취재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자연스레 제가 다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약 1년여간 전쟁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일반인들의 관심도 점차 줄고 있다. 곽 기자 또한 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직접 전달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전쟁 초기 같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의 관심이 식어가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다. 민간인들의 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다. 무엇을 더 보여주거나 강조하고 싶다기보다는 엄연한 이 현실이 잊히지 않도록,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취재해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국내 언론 중 유일’, ‘여성 종군기자’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반응했다. 걱정이나 부담감, 혹은 남다른 책임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곽 기자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저 취재에 솔직하게 응해준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면서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강한 근력 등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여성이라는 점이 경우에 따라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쟁국 취재라는 건 그런 게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보단 책임감과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데, 이때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함께 취재를 간 영상 담당자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먼 곳에서 온 외국 취재진에게 키이우 시민들 모두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신들의 고통이 잊히지 않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개전 초기 첫 우크라이나 현장 취재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인류애를 느끼는 동시에 취재에 응해준 많은 이들에게 기자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그것이 제가 이 전쟁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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