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요리 매연… 일상의 유해물질들이 폐암 유발"

오상훈 기자 2023. 1.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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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현 교수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현 교수./사진=경희의료원 제공
한 해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 중 1만9000명 정도는 폐암이 원인이다. 사망률로 따지면 1위다. 2위인 간암보다 8000명 정도가 많다. 폐암이 다른 암보다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초기 증상이 없어서다. 원래 암세포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자란다는 특징이 있는데 유독 폐암에서 심하다. 무증상으로 우연히 건강검진 받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고 여기서도 수술이 어려운 3기, 4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도 천천히 폐암을 유발한다. 그래서 평소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폐암의 원인, 치료, 예방법 등에 대해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현 교수에게 물었다.

-폐암은 정말 증상이 아예 없나?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크게 폐 내 증상, 폐 외 증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폐 내 증상은 암세포가 폐 안에서 자라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먼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객혈을 꼽을 수 있다. 암이 자라서 성대와 이어지는 신경을 압박하면 수 개월간 쉰 목소리가 지속될 수 있고 상대정맥을 압박하면 얼굴이나 팔 등 상체가 부을 수 있다.

폐 외 증상은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발생한다. 폐암은 뼈, 간, 뇌 등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뼈로 전이되면 해당 부위의 통증을 유발하는데 실제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방문했다가 폐암의 척추 전이로 진단된 사례가 있다. 뇌로 전이되면 말이 나오지 않거나 마비 증세가 나타나는 등 뇌 신경학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특이적인 증상들이지만 오랜 흡연자에겐 폐암을 의심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이니 염두해두는 게 좋다.

-폐암의 원인을 비율로 따져본다면 어떤가? 
잘 알려져 있듯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다만, 폐암의 원인 중 80~90%가 흡연이라 여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60~70%로 낮아졌다. 그 빈자리는 방사선 치료와 라돈 물질 등에 의한 피폭, 미세먼지, 쿠킹흄(요리 매연) 등 각종 발암물질이 차지했다. 이외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섬유증 등의 폐질환이나 가족력도 폐암 발병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부모와 형제 등 직계 가족 중에 폐암 환자가 있으면 폐암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코로나가 폐암 발병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까?
코로나와 폐암 간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코로나 자체가 알려진지 3년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호흡기 감염병이라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가 폐암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진단이나 치료가 조금씩 지연되는 사례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코로나가 비교적 잘 통제됐다. 환자의 예후를 결정할 정도의 차질은 없었다고 본다.   

-폐암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호흡기 증상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면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다.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CT검사를 받는다. 여기서 병변이 폐암인지 아닌지 대략 구별할 수 있다. 폐암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조직 검사를 진행한 후 확진한다.

전통적인 조직검사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기관지 근처에 있는 중심성 병변은 위내시경처럼 내시경을 기관지로 집어넣어 확인한다. 기관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말초 병변은 기관지 내시경으로 확인이 어려워 경피적 폐생검을 진행한다. 피부를 마취하고 조직 검사용 바늘을 폐까지 찔러 넣어서 조직을 흡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시경 기술이 발전해 진단 방법이 다양해졌다. 기관지 바깥에 있는 병변도 초음파 내시경이나 내비게이션 기관지 내시경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직 검사에서 진단되면 병기를 설정하기 위해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뇌 전이를 확인하려면 머리 MRI를 찍어야 한다. 그 다음 뇌 이외의 장기로 전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뼈 스캔 검사를 마치면 기본적인 폐암 진단 검사가 끝난다.
이승현 교수는 "폐암은 장기를 구분하지 않고 전이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사진=경희의료원 제공
-폐암이 전이가 잘 되는 이유는?
많은 학자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다.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폐암 종양만의 특성이라고 보고 있다. 암종마다 전이가 잘 되는 장기들이 있다. 전립선암은 뼈 전이를 잘하고 대장암은 간 전이를 잘 한다. 폐암이나 유방암은 모든 장기를 가리지 않고 전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병기에 따라 다르다. 보통 1~2기는 초기, 3~4기는 중기나 말기로 분류하는데 초기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걸 목적으로 수술을 고려한다. 3~4기는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고려한다.

전이된 폐암은 다른 장기에 종양이 생긴 상태이기 때문에 진행기다. 병기로는 4기이기 때문에 통상 수술이 어렵다. 그런데 전이가 됐더라도 한두 군데에 그치고 위치도 좋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초기 폐암에 있어 외과적 절제와 방사선 수술 중 더 유리한 건 무엇인가?
과거엔 초기 폐암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전신 마취 후에 병변을 직접 잘라내는 수술만을 고려했다. 그런데 요즘엔 방사선 치료 기술이 발달해서 고용량의 방사선을 한번 내지 세 번 조사해 암을 없애는 치료가 시도된다. 방사선 수술이라고 부르는데 전신 마취도 없고 몸에 칼을 대지 않는다.

기존에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외과적 절제와 방사선 수술 간 재발률이나 장기 생존율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방사선 수술은 회복 기간이 필요 없고 전신 마취도 하지 않아서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방사선 수술의 유용성에 대해서 대규모 연구가 진행중인데 결과에 따라서 초기 폐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폐암 생존율이 많이 늘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 폐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 미만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15~20%로 보고된다. 약물 치료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됐던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나 타세바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5년 전부터는 개발된 면역항암제가 생존율을 크게 끌어 올렸다. 전이가 잘 되는 것처럼 특히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암종도 있다. 그중 하나가 폐암이다. 지금도 여러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생존율은 올라갈 것으로 본다.

-폐암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급여가 중요한 이슈다. 예컨대 요즘에 쓰는 표적치료제 중에서 수술을 받은 2기나 3기 환자들의 재발을 막는 약제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조 항암요법으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려면 급여가 안 된다. 한 달에 몇 백만 원짜리 약을 환자들 부담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급여를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신약 개발 후 1년 정도는 지나야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상에서 폐암을 유발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요소들이 있을까? 
미세먼지라고 생각한다. 당장에 몇 달, 몇 년 노출됐다고 해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발암물질 중 하나다. 실제로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이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많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실외활동은 자제하고 외출한다면 마스크는 써야 한다.

요리 매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음식을 튀기거나 구울 때 발생하는 유기 화합물들은 발암물질이다. 조리 방법이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삼겹살은 굽는 대신 수육으로 먹고 요리한 뒤에는 유해물질들이 실내에 쌓이지 않고 밖으로 배출되도록 환기한다.

-엑스레이로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엑스레이로 발견하지 못하는 폐암들이 있다. 종양이 너무 작거나 위치가 좋지 않을 때다. 이러한 폐암을 발견하려면 저선량 흉부CT가 필요하다. 일반 CT의 방사선 노출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서 스크리닝의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찍을 필요는 없다. 2019년 7월부터 국가 암 검진에 폐암이 추가됐는데 폐암 검진 대상자는 약 1만원에 저선량 흉부 CT를 찍을 수 있다. 폐암 검진 대상자라는 통지서를 받았다면 꼭 찍어보는 걸 권고한다. 이 밖에 비흡연자라도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거나 요리 매연 등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서 근무한다면 찍어볼 것을 권고한다.

이승현 교수는 "흡연을 오랫동안 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저선량 흉부 CT를 찍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사진=경희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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