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전략과 꼼수 사이…콘텐츠 ‘쪼개기 편성’ 향한 엇갈린 반응
‘종이의 집’·‘외계+인’ 작품 쪼개기 부작용 사례로 남을까
작품 한 편을 파트1, 2로 나누는 편성 방식이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더 글로리’부터 tvN 드라마 ‘환혼’까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TV 드라마도 이 같은 편성 방식을 선택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즌제로 작품의 세계관을 넓히며 이어나가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나눠서 방송하는 만큼, 그 효과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중인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로,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안길호 감독의 연출력, 송혜교의 연기력까지. 다수의 시청자들이 이견 없이 찬사를 보내고 있으나, 두 개의 파트로 나눠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공개 방식에 불만을 표하는 일부 시청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시즌이 아닌, 파트로 나눠 공개를 하는 만큼 8부까지 공개된 파트1에서는 주인공 동은(송혜교 분)의 서사를 쌓아가느라 복수의 시원한 맛이 제대로 담기지 못했던 것. 이에 복수극 특성상 몰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오는 3월까지 생기는 공백기가 아쉬움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몰입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시청자는 ‘회차가 모두 공개가 되면 보겠다’며 파트2 공개일을 기약하기도 한다.
앞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이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공개된 바 있으며, 최근 tvN 드라마 ‘환혼’이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20부까지는 파트1, 남은 10부는 파트2로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했었다.
새 구독자를 겨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독자들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OTT들은 ‘락인 효과’를 위해 쪼개기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환혼’은 방대한 이야기를 더욱 완성도 있게 담아내기 위해 파트를 나눴다고 설명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탄생한 색다른 공개 방식인 것.
‘환혼’의 사례처럼 이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 및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제작발표회 당시 박준화 PD가 “처음 작가님이 대본을 쓰실 때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서사도 흥미롭고 그 속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각 집안에 대한 스토리와 첨예한 갈등 등 다양한 것이 있었다”면서 “서사의 변화, 변주가 많아 그 안에 사람의 이야기를 더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것들을 20부 안에 담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래서 초기에 결정을 했다”고 쪼개기 편성의 이유를 설명했는데, 박 PD의 말처럼 파트2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세계관이 더욱 방대해진 면이 있었다. 특히 여자 주인공 교체 시점에서 파트를 나눠 후반부 효과를 높이는 등 ‘드라마 쪼개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가 파트1은 MBC 금토드라마로 함께 방송하며 순차 공개했지만, 파트2에서는 웨이브 전체 공개 이후 금토드라마로 방송하는 선택을 했었다. 물론 호불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 여파 등으로 드라마 결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효과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다만, 영화 ‘외계+인’을 비롯해 ‘종이의 집’까지. 파트1이 부정적 반응을 얻으면서 오히려 파트2에 대한 기대감까지 약화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종이의 집’은 파트2에서 원작 드라마에는 없던 새 캐릭터가 등장해 한국판 ‘종이의 집’만의 매력을 배가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기는 했으나, 이것이 이미 멀어진 관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무엇보다 파트로 나눠 공개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이것이 ‘꼼수’로 읽혀 더욱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콘텐츠 경쟁이 지금처럼 심화된 상황에서 이렇듯 잠시 멈춰가는 방식이 ‘락인 효과’를 부르는 것이 아닌,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화제성도, 관심사도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 공백기를 가지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작으로만 콘텐츠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것엔 어려움이 따른다. 적절하게 여러 방식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다만 OTT 작품들의 경우엔 ‘몰아보기’가 시청자들에게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어 시청자들의 반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시즌 쪼개기는 물론, 공개 방식이 워낙 다양해졌고, 시청자들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방식이 더 낫다’라고는 할 수는 없겠으나, 그만큼 더욱 섬세한 고민을 선행돼야만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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