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최정은 바깥쪽 공을 가운데로 만든다
김식 2023. 1. 11. 07:03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영역싸움이다. 스트라이크존은 일종의 전장(戰場)이다. 전투는 스트라이크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투수는 볼도 던지고, 타자는 거기에 대처해야 한다. 특히 타자 몸쪽 코스는 충돌하는 두 나라의 국경지대와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1962년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이영상을 받은 돈 드라이스데일(1936~1993)은 “홈플레이트 가까이 붙는 타자라면 내 할머니라도 맞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극단적인 이 표현은 몸쪽(스트라이크뿐 아니라 볼이라고 해도)은 ‘투수의 영역’이라는 선언 같다.
타자는 타석 어디에도 설 수 있다. 아무리 홈플레이트 가까이 간다고 해도 타자의 몸(팔꿈치부터 손목)이 스트라이크존을 침범하긴 어렵다. 그래도 드라이스데일은 타자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사구를 던졌다.
타자 입장에서 몸 맞는 볼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야구 서적의 고전과 같은 『야구란 무엇인가』의 첫 페이지는 ‘타격의 가장 기본적인 요체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공에 맞는 공포를 이겨내는 게 타격의 출발이다.
시속 150㎞로 날아오는 공에 맞는다는 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고통이다. 내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2015경기에 출전해서 맞은 사구는 108개였다. 실제로는 맞지 않았어도, 공에 맞을 것 같은 장면은 거의 매 경기 나왔다. 나도 배트를 내려놓는 순간까지 공포와 싸웠다.
투수는 두려움을 느끼는 타자를 공격한다. 드라이스데일 같은 호전적인 투수라 아니라도 어지간한 투수는 타자의 공포심을 이용한다.
되돌아보면, 선수 시절 내가 사구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게 3연전 첫 경기, 특히 첫 타석이었다. 실제로 위협구에 가까운 몸쪽 공이 많이 날아왔다. 2012년 이후 팀 타선에서 내 비중이 클 시기에 더 그랬다.
투구에 맞으면 고통이 심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다음 타석에 인사이드로 날아드는 공이 두려워진다.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뺀다. 스윙 밸런스가 깨진다. 이렇게 되면 첫 타석부터 위협구를 던진 상대의 작전이 성공한다.
타자는 맞아도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난 최정 선수(SSG 랜더스)를 높게 평가한다. 2005년 KBO리그에 데뷔한 최정 선수는 2022년까지 18시즌 동안 사구 313개를 맞았다. 아직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현역 선수인데도 사구 통산 1위다. 최정 선수가 이렇게 많은 공을 맞은 이유는 홈플레이트 쪽으로 전진해서 타격하기 때문이다.
타자마다 타석에 서는 위치가 다르다. 홈플레이트에 유난히 가까이 붙는 타자가 있는데, 최정 선수가 특히 그렇다. 우타자 배터스박스 끝에서 10~15㎝ 정도 떨어져 선다. 그의 타격 준비 자세를 보면 방망이를 쥔 양손이 홈플레이트 끝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가 ‘국경’을 침범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승부의 주도권(공)을 쥔 투수가 굳이 물러날 이유는 없다. 드라이스데일 같은 투수라면 일부러 타자를 맞힐 것이다.
최정 선수라고 왜 두렵지 않을까? 공을 맞으면 왜 아프지 않을까? 그래도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한다. 자신이 가장 힘을 잘 쓸 수 있는 콘택트존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깥쪽 공을 가운데 공처럼 치기 위해서다.
홈플레이트 너비는 17인치(43.18㎝)다. 투구가 보더라인에 살짝 걸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인정 받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의 실질적인 폭은 55㎝ 정도 된다. 이를 3등분하면 약 18㎝다. 정확히 측정할 수 없지만, 최정 선수가 다른 타자에 비해 홈플레이트 쪽으로 전진한 거리가 그 정도 될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최정 선수는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18㎝ 전진한다. 이렇게 되면 그의 타격 범위가 바깥쪽으로 18㎝ 이동한다. 보통의 스탠스에서 한가운데 공이 최정 선수에게는 몸쪽이 된다. 다른 타자들에게 바깥쪽 공이 그에게는 한가운데가 된다. 같은 원리로 다른 타자들에게 바깥쪽 스트라이크가 최정 선수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을 멀리 벗어나는 볼이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영역싸움이다. 스트라이크존은 일종의 전장(戰場)이다. 전투는 스트라이크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투수는 볼도 던지고, 타자는 거기에 대처해야 한다. 특히 타자 몸쪽 코스는 충돌하는 두 나라의 국경지대와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1962년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이영상을 받은 돈 드라이스데일(1936~1993)은 “홈플레이트 가까이 붙는 타자라면 내 할머니라도 맞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극단적인 이 표현은 몸쪽(스트라이크뿐 아니라 볼이라고 해도)은 ‘투수의 영역’이라는 선언 같다.
타자는 타석 어디에도 설 수 있다. 아무리 홈플레이트 가까이 간다고 해도 타자의 몸(팔꿈치부터 손목)이 스트라이크존을 침범하긴 어렵다. 그래도 드라이스데일은 타자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사구를 던졌다.
맞아도 전진해야 한다
타자 입장에서 몸 맞는 볼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야구 서적의 고전과 같은 『야구란 무엇인가』의 첫 페이지는 ‘타격의 가장 기본적인 요체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공에 맞는 공포를 이겨내는 게 타격의 출발이다.
시속 150㎞로 날아오는 공에 맞는다는 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고통이다. 내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2015경기에 출전해서 맞은 사구는 108개였다. 실제로는 맞지 않았어도, 공에 맞을 것 같은 장면은 거의 매 경기 나왔다. 나도 배트를 내려놓는 순간까지 공포와 싸웠다.
투수는 두려움을 느끼는 타자를 공격한다. 드라이스데일 같은 호전적인 투수라 아니라도 어지간한 투수는 타자의 공포심을 이용한다.
되돌아보면, 선수 시절 내가 사구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게 3연전 첫 경기, 특히 첫 타석이었다. 실제로 위협구에 가까운 몸쪽 공이 많이 날아왔다. 2012년 이후 팀 타선에서 내 비중이 클 시기에 더 그랬다.
투구에 맞으면 고통이 심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다음 타석에 인사이드로 날아드는 공이 두려워진다.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뺀다. 스윙 밸런스가 깨진다. 이렇게 되면 첫 타석부터 위협구를 던진 상대의 작전이 성공한다.
타자는 맞아도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난 최정 선수(SSG 랜더스)를 높게 평가한다. 2005년 KBO리그에 데뷔한 최정 선수는 2022년까지 18시즌 동안 사구 313개를 맞았다. 아직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현역 선수인데도 사구 통산 1위다. 최정 선수가 이렇게 많은 공을 맞은 이유는 홈플레이트 쪽으로 전진해서 타격하기 때문이다.
타자마다 타석에 서는 위치가 다르다. 홈플레이트에 유난히 가까이 붙는 타자가 있는데, 최정 선수가 특히 그렇다. 우타자 배터스박스 끝에서 10~15㎝ 정도 떨어져 선다. 그의 타격 준비 자세를 보면 방망이를 쥔 양손이 홈플레이트 끝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가 ‘국경’을 침범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승부의 주도권(공)을 쥔 투수가 굳이 물러날 이유는 없다. 드라이스데일 같은 투수라면 일부러 타자를 맞힐 것이다.
최정 선수라고 왜 두렵지 않을까? 공을 맞으면 왜 아프지 않을까? 그래도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한다. 자신이 가장 힘을 잘 쓸 수 있는 콘택트존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깥쪽 공을 가운데 공처럼 치기 위해서다.
홈플레이트 너비는 17인치(43.18㎝)다. 투구가 보더라인에 살짝 걸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인정 받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의 실질적인 폭은 55㎝ 정도 된다. 이를 3등분하면 약 18㎝다. 정확히 측정할 수 없지만, 최정 선수가 다른 타자에 비해 홈플레이트 쪽으로 전진한 거리가 그 정도 될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최정 선수는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18㎝ 전진한다. 이렇게 되면 그의 타격 범위가 바깥쪽으로 18㎝ 이동한다. 보통의 스탠스에서 한가운데 공이 최정 선수에게는 몸쪽이 된다. 다른 타자들에게 바깥쪽 공이 그에게는 한가운데가 된다. 같은 원리로 다른 타자들에게 바깥쪽 스트라이크가 최정 선수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을 멀리 벗어나는 볼이다.
429홈런을 만든 313개의 사구
이로 인해 최정 선수는 바깥쪽 공을 가운데 공처럼 타격할 수 있다. 그가 아웃사이드 피치를 공략해 홈런을 때리는 장면은 꽤 많다. 이 공은 투수 입장에서 바깥쪽일 뿐이지, 최정 선수에게는 가운데로 날아온 거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다. 보통 타자에게 몸쪽 스트라이크는 최정 선수에게 몸쪽 볼이 된다. 그리고 이 투구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최정은 이 리스크를 안고 타격하는 것이다. 그가 통산 429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전략과 용기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물론 홈플레이트에 가까이 붙는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투구를 맞고 통증을 참아낸다고 해도 타자가 멀쩡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험에 따르면, 시속 140㎞ 이상의 야구공을 맞으면 타자는 순간적으로 약 80톤의 압력을 느낀다고 한다. 최정 선수도 사구를 맞은 뒤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입었다. 몸이 아프면 스윙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슬럼프에 빠진다.
그런데도 최정 선수가 홈플레이트로 전진하는 이유는 그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는 몸쪽 공을 당겨 치는 데 탁월한 타자다. 바깥쪽 공은 가운데 공처럼 만들어서 쳐낸다. 이렇게 되면 투수는 던질 곳이 별로 없어진다.
사구와 홈런 사이에서 최정 선수의 스탠스는 단단히 고정돼 있다. 그는 영리하고 용감하게 ‘공간 싸움’을 하는 것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간스포츠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가정 파탄 의혹 나 아냐!” UN출신 최정원, 불륜설 강력 부인
- '2701호 논란'에 KFA 공식입장... "핵심 내용 공개하고 개선책 마련"
- [화보IS] 백리스 드레스 입은 송혜교 “지금 아무 근심없이 행복”
- [포토] 현아 '아찔한 옆태'
- 빅토르 안, 선수로 뛴 성남시청 코치직 지원…12년 만의 복귀 나서
- 박수홍♥김다예, 명예훼손 유튜버·친형 횡령 재판 첫 참관 “보란 듯 일어설 것”
- 박항서 감독 “신태용과 관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 '돌싱글즈' 맥심 모델 이아영, 눈가에 피멍 들어 응급실행..."눈썹 박았는데 엄청 부어"
- '권오중♥' 엄윤경, 58세에 글래머 몸매 놀랍네...남편+아들과 쭉 붙어다니기~
- 홍록기, 웨딩업체 직원들 임금체불 “법인 회생 절차 밟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