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불법촬영 25%가 '지인'

공병선 2023. 1.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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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범죄의 가해자 4명 중 1명은 피해자와 알고 지낸 지인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불법촬영 가해자 중 지인이 많은 것과 아파트 및 주택 등에서 불법촬영이 주로 일어나는 것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며 "여성은 집밖이 아닌 가장 편해야 할 집안에서도 불법촬영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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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발된 불법촬영 피의자 6032명
이 가운데 친구·애인·친족인 경우 1434명
아파트·주택에서 불법촬영 가장 많이 발생
"불법촬영 처벌 강해져야 한다" 목소리도

불법촬영 범죄의 가해자 4명 중 1명은 피해자와 알고 지낸 지인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은 지하철.상가 등 ‘집밖’ 보다는 아파트.주택 등 ‘집안’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경찰에 적발된 불법촬영 범죄 피의자는 총 603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친구나 애인, 친족 등 지인인 경우가 1434명으로, 전체 피의자 중 23.8%다.

불법촬영과 관련한 지인 범죄 수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2019년엔 1225명(22%), 2020년 1359명(26.4%), 2021년 1522명(26.3%) 등 매해 10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가까운 지인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지난 4년 동안 전체 피의자 가운데 지인의 비중은 24.6%, 4명 중 1명꼴이다.

특히 불법촬영은 연인 사이에서 가장 많이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 지인 피의자 가운데 약 49%가 애인 관계였다. 2019년(약 44%)부터 매년 비중이 증가해 절반 수준에 가까워졌다. 애인이나 친구도 아닌 친족이 불법촬영 가해자인 경우도 지난 4년 동안 71명이나 됐다.

불법촬영 가장 빈번한 곳…다른 곳 아닌 집이었다

불법촬영이 가장 많이 일어난 장소는 '집밖'이 아닌 '집안'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불법촬영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 및 주택으로 총 1227건이었다. 이는 전체 건수 대비 약 19%다. 이어 길거리에선 631건, 역·대합실 342건, 지하철 333건 등의 순이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2019년 62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으로 지하철 등에서의 불법촬영 범죄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파트 및 주택에서의 불법촬영 범죄는 오히려 2019년(930건) 대비 약 32% 늘어났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불법촬영 가해자 중 지인이 많은 것과 아파트 및 주택 등에서 불법촬영이 주로 일어나는 것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며 "여성은 집밖이 아닌 가장 편해야 할 집안에서도 불법촬영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판결 가운데 61.2% 집행유예…"법원 역할 더욱 중요"

불법촬영 문제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 중 하나였다. 불법촬영은 단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한 인격을 무너트려 목숨까지 위태롭게 한다. 지난해 12월 작곡가 정바비(본명 정대욱·41)는 여성의 신체를 무단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피해자는 정씨와 전 연인 관계로 지인들에게 불법촬영 피해를 호소하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정씨에게 내린 형벌은 징역 1년에 불과했다.

불법촬영에 대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안재경 경찰대 범죄학과 박사과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형종(형의 종류) 결정의 영향 요인’ 논문에 따르면 2020년 3월~지난해 2월까지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불법촬영 사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61.2%(308건)로 가장 많았다. 해당 논문은 재판부가 촬영행위의 목적이나 의도가 아닌 노출이나 음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걸 대구카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입건 등 수사보다는 공판단계에서의 법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단순 벌금 등 1회성 선고보다는 불법촬영과 같은 상습적인 범죄를 단절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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