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불황맞은 곳은 재택 풀었다…시작은 '월가'
미국·프랑스 임원들도 "재택 싫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디즈니, 트위터, 스냅 등 미국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직원들의 재택근무 해제를 선언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회사 분위기로 비쳤던 미국 기업들이 소위 ‘출근 도장’을 찍는 팬데믹 이전 전통적인 근무 환경으로 회귀한 것이다. 실적 악화 속에 경영 소홀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 성과를 창출해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근무 유연성보다 효율성이 더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황 악화 속 재택해제 분위기…"주 4일 이상 사무실 나와야"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전날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디즈니의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직원들이 일주일에 4일은 사무실에 나와서 일할 것을 주문했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군인만큼, 재택근무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해 해외 언론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재택근무 해제는 앞서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이미 본격화되고 있던 분위기였다. 금융가의 보수적인 분위기, 월가에 덮친 불경기가 맞물려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주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격근무가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문화에 맞지 않는 이상이라고 비판했고 이에 지난해 10월 기준 직원의 65%가 회사로 복귀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업황 악화로 40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 모두에게 회사 출근을 지시했다. 그는 원격근무와 온라인 미팅은 "솔직하지 않고 미루기 쉬운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이면에도 악화한 경영환경이 숨어있다. JP모건은 지난해 투자은행 수수료가 50% 넘게 하락했고, 여름에는 '주기적 변화'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은행원 수백 명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월가에서는 ‘얼굴을 보여야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는 팬데믹 이전의 사내 문화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뉴욕포스트에 “1980년대 월가에서는 당신이 책상에 앉아있다면 CEO들이 일단 책상은 못 빼앗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법조나 금융권은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해야 하고 업무 문화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재택근무를 해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스냅 등도 사무실 근무로 전환…'재택 불가'팬데믹 당시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스냅도 사무실 복귀를 선언했다. 에반 슈피겔 스냅 CEO는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전 세계 30개 스냅 사무실에 모두 적용되며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슈피겔은 “직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 IT 전문 매체는 “이러한 정책 변화는 스냅이 지난 몇 달 동안 저조한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10월에는 역사상 가장 낮은 분기별 매출을 기록했다. 슈피겔은 복직이 실제로 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디즈니의 재택근무 해제 주 요인도 실적부진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직전 회사를 맡았던 밥 차펙 전 CEO의 경영실적 부진과 40%에 달하는 주가 폭락 사태 이후를 수습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거는 이번 결정을 통보하며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임을 우려한다"며 "나는 여기(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고, 내가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도 자신이 이끄는 기업들에서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각종 논란으로 경영 소홀, 리더십 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받은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6월 테슬라 직원들에게 "주당 최소 40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야 한다"고 말했으며, 트위터는 인수한 뒤 직원들에게 보낸 첫 이메일에서 원격 근무 정책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왜 회사로 부를까…전 세계 임원들 속마음 '재택 싫다'재택근무 해제에는 회사 경영 상황과 맞물려 직급이 높을수록 회사 출근을 선호하는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랙의 연구 컨소시엄 퓨처포럼이 2021년 11월 미국, 프랑스 등에서 1만1000명에 가까운 지식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재택근무 중인 임원 44%가 매일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평사원의 경우 1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대면으로 업무를 보고받는 출근 방식을 선호하고, 평사원일수록 직접 대면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갤럽이 재택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가 원격으로 정규직으로 일하기를 원하고, 60%는 유연한 하이브리드 일정을 원하며, 6%만이 기존의 사무실 중심 환경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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