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조사 마친 검찰, 구속영장 청구할까
영장 기각되면 대장동 수사도 영향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면서 이 대표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한 검찰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하려는 혐의로 볼 때는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될 사안이지만,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데다가 혹시라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때의 역풍을 생각하면 검찰이 선뜻 이 대표의 신병 확보에 나서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11일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용도변경 특혜를 받았다는 두산건설이 낸 후원금만 55억원이고, 전체 후원금 액수는 170억원이나 된다"며 "물론 막상 재판에 갔을 때 전액이 다 부정한 청탁과 결부된 대가관계가 있는 돈으로 인정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검찰이 그런 식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할 생각이라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하려는 제3자뇌물수수죄는 형법에서 정한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이지만, 제3자에게 공여된 뇌물 가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2조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높아진다. 때문에 그동안의 수뢰죄에 관한 실무 관행에 비춰봐도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안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현직 검사는 "어차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지금 민주당 분위기를 봐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겠느냐"며 "검찰이 앞서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고 직접 불러서 조사까지 했는데, 100억원이 넘는 뇌물죄로 기소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조차 안 한다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어차피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영장심사까지 못 갈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검찰로선 원칙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이 대표나 민주당이 '방탄 국회'라는 비난을 감수하게 만드는 게 향후 대장동 사건 등 남아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도 전략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관측이다.
반면 제1야당 대표라는 이 대표의 신분과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의 위험부담을 안고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느냐는 반대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이 대표나 민주당이 '정치 검찰의 표적수사', '야당 탄압'이라고 강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불러올 파장을 고려하면, 불구속 기소한 뒤 법원의 유죄 판단을 받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만에 하나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졌는데 영장이 기각돼 버리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 등 이 대표에 대한 다른 사건 수사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검찰로선 이나저나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영장심사가 이뤄졌을 때 만일 법원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거나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로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잠정 결론을 내려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 B씨는 "지금 성남지청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 대표 정도 거물급 인사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는 지청 수준에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라며 "물론 수사팀의 의견이 중요하겠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은 물론 한동훈 장관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까지 고려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지속적으로 여론의 추이를 살펴봤겠지만 대장동 사건이나 성남FC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서는 이 대표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잠정적으로나마 결론을 내려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수원지검에서도 각각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이미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의 핵심측근들이 구속기소돼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신병처리 문제는 이들 남아있는 사건 수사와도 연계돼 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직 정 전 실장이나 김 부원장처럼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직접 부정한 돈을 받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대표가 정 전 실장 등과 공모한 사실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면 비교적 내용이 단순하고, 유의미한 증거들도 많은 성남FC 사건이 대장동 사건보다 상대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날 이 대표는 이창수 성남지청장과의 티타임 제안을 거부하고 조사를 받은 뒤 출석 약 12시간 만인 오후 10시42분께 청사를 빠져나왔다.
이 대표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는 검찰의 제3자뇌물죄 적용을 반박하는 등 내용이 담긴 서면진술서를 미리 준비해가 검찰에 제출한 뒤 대부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친 뒤 이 대표는 "검찰이 오늘 제시한 자료들을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검찰이 준비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도 갖고 있는 핵심 증거들을 굳이 노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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