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토해내고 갱신했어요"…갑을 바뀐 전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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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역전세난에 집주인이 수억 원씩 토해내며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특히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3구에서는 3억원 이상 낮춘 거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이너스 전세 계약을 갱신한 1470건 중 1억원 이상 감액된 비율은 47%(692건)에 해당한다.
전세난에 집주인이 세입자 면접을 보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넘치는 매물에 세입자가 임차인을 깐깐하게 고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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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낮춘 갱신 사례 7월 11건→12월 736건
"전셋값 하락하면 매수심리 회복 어려울 수도"
"이자 부담 때문에 나간다고 하니 집주인이 먼저 1억5000만원 깎아준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 거절했더니 결국 1억9000만원 낮게 다시 계약했어요."(마포구 아현동 A아파트 세입자 B씨)
고금리 시대 역전세난에 집주인이 수억 원씩 토해내며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특히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3구에서는 3억원 이상 낮춘 거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가 거래절벽을 타파하기 위해 대대적 규제 완화에 나섰으나 매맷값을 떠받치는 전셋값이 하락하면 매수심리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전세를 갱신한 사례는 총 7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단 11건에 불과했는데 5개월 만에 7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마이너스 전세 갱신’은 8월 18건, 9월 30건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10월 146건, 11월 413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달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
마이너스 전세 갱신 사례가 증가한 것은 초고금리에 따른 전셋값 급락 여파가 크다. 전세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세입자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2년여 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격히 올랐던 전셋값은 수요 부족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8.25% 하락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가장 큰 금액을 되돌려 준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35㎡(전용면적·7월 계약)다. 보증금이 45억원에서 35억원으로 무려 10억원이나 깎였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 137㎡(12월 계약)는 24억원에서 19억원으로 5억원 내렸고,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는 13억8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으로 4억3000만원이 떨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이너스 전세 계약을 갱신한 1470건 중 1억원 이상 감액된 비율은 47%(692건)에 해당한다.
이 같은 현상은 임대 시장에서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전세난에 집주인이 세입자 면접을 보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넘치는 매물에 세입자가 임차인을 깐깐하게 고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보증금을 시세에 맞게 돌려줄 여력이 되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면서 "당장 목돈이 없는 집주인들은 이자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남아달라고 사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하락 여파는 단순히 임대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매매 시장까지 상당한 연쇄 작용을 가져온다. 전세는 갭 투자(전세 낀 매매)를 가능케 하는 지렛대라 전셋값이 떨어지면 매매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은 매맷값보다 더 빠르게 내려가는 상황"이라면서 "전셋값이 빠지면 갭투자나 전세 세입자의 매수 전환이 어려워져 매수세가 둔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값도 끌어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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