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데기로 몸 지져”…‘더 글로리’가 소환한 17년전 실화

권남영 2023. 1. 1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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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한 학교폭력(학폭) 장면이 과거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충북 청주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더 글로리'에 등장한 '고데기 온도 체크'라는 끔찍한 학폭 소재가 과거 청주 여중생 학폭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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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여중 고데기 학폭 사건’
학교폭력 고발 메시지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고데기 학폭으로 인해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의 몸에 남은 화상 자국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한 학교폭력(학폭) 장면이 과거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충북 청주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더 글로리’에 등장한 ‘고데기 온도 체크’라는 끔찍한 학폭 소재가 과거 청주 여중생 학폭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더 글로리’에는 학폭 주동자인 박연진(임지연)이 미용기구인 고데기의 온도를 체크한다며 동급생인 문동은(송혜교)의 신체 곳곳을 지지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 박연진은 문동은이 경찰에 학폭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폭력 수위를 높여 이처럼 고문에 가까운 행위를 일삼았다. 이와 비슷한 학폭 사례가 실제로도 있었다고 일부 네티즌은 지적했다.

학교폭력 고발 메시지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을 당하는 피해자 문동은의 학창시절 모습. 넷플릭스 제공


2006년 5월 청주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 3명이 동급생 한 명을 20일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은 날에는 집단구타를 가했다. 교실에서 고데기를 이용해 팔에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고데기와 옷핀, 책으로 팔·다리·허벅지·가슴 부위에 상처를 냈다.

당시 피해 여학생은 뉴시스에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가 진행됐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심지어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어버리는 ‘의식’ 같은 형벌도 자행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두 명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을 잡는 바람에 도망갈 수도 없었다. 소리를 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주범인 가해자 한 명이 구속되고, 학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들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폭력 소재가 고열을 뿜어내는 미용도구였다는 점, 범죄가 장기간 잔혹하게 자행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처. 뉴시스


청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라마 속의 교복과 그 학교 현재 교복이 비슷하다” “가해자가 지금도 잘살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다만 실제 사건과 드라마 속 학폭 연출에는 다른 점도 있다. ‘더 글로리’에서는 가해자들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장소가 체육관으로 설정됐지만, 실제로는 교실이었다. 교실 책상과 벽에 붙은 콘센트에 고데기를 연결해 폭력을 저질렀다. 또 극 중에선 주인공이 편모슬하의 외동딸로 나오지만, 실제 피해자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쓰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한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은 여자가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해 실행해나가는 내용을 그린다. 현재 16편 중 절반인 8편(시즌1)이 공개됐는데 세계 20여개국 스트리밍 상위권에 올랐다. 시즌2는 오는 3월 공개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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